격세지감
이동하는 날이면 아직도 긴장이 되고 조급 해진다.
준비해 둔 빵과 오렌지 주스 그리고 과일을 먹고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니 30분가량 시간이 남았다.
뮌헨이 출발역이라 순방향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여유를 보였지만
슈투트가르트에서 열차가 왔던 길을 돌아 나오면서 열차의 방향이 바뀌어 졸지에 역방향으로 바뀌었다.
역방향 좌석에 민감한 현태는 독서를 멈추고 스마트폰 보는 것도 줄이며
눈을 감고 애써 잠을 청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쳐 눈을 떠보니
덩치 큰 독일인이 자신의 자리니 비켜달라고 한다.
짐을 챙겨 비어 있는 뒷좌석으로 옮기니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가 아프고 구토증세가 심해진다.
숙소에 도착하니 피로와 시장기가 몰려왔다.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기로 하고 찾아간 곳은 ‘구산’
브레이크 타임 중인데도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린다.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 우거지탕과 갈비탕을 선택해 맛을 보니
절묘하게 한국인과 현지인 입맛의 교집합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과 서양인이 반반을 이루어 앉아 있다.
국물마저 깨끗이 비운 후 카드 계산 시, 수수료 1유로를 받았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그 정도는 애교로 받아들였다.
숙소로 돌아가기는 이른 시간 뒤셀도르프의 전통 흑맥주 ‘알트 비어’를 마시기 위해
구도심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어둠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맥줏집 문 앞에서부터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다.
2잔을 주문했지만 의사소통 문젠지 4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는
볼펜으로 맥주 받침대에 작대기 4개를 끄어 놓고 갔다.
뒤셀도르프를 여행지로 택한 이유는 알트 비어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기대에 못 미치는 맛에 고개를 까우뚱 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후회스러운 맛이었다.
같은 도시 같은 곳을 방문하더라도 출장자와 여행자사이에는 입장차가 있다.
출장자가 다니는 길은 공항과 숙소 그리고 상대방 업체가 전부이라면
여행자는 더 넓은 시각으로 도시를 본다.
출장자는 출장비를 기준으로 생활하지만
여행자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출장자는 업무의 성과를 놓고 고민하지만
여행자는 오늘 어떻게 움직여 어느 숙소에서 잘 지를 고민한다.
출장자의 삶은 고정된 틀속에서 움직이지만 여행자의 삶은 자유롭다.
오랜 출장 기간 동안 본 독일은 체계적이고 강했다.
하지만 여행에서 본 독일은 경직되어 있고 정과 여유가 부족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