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근처 중국마트에서 컵 라면 4개를 사 들고 사거리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대각선 광고판에서 익숙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 저거 ‘레미제라블’인데…”
현태가 물가 비싼 런던을 선택한 이유는 재인을 위해서였지만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같은
전통 있는 공연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길을 건너 가 입구를 지키는 보안 요원에게
“오늘 입장권 구할 수 있을까?”
“너 옆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입장권 판매소가 나오니 거기서 구입하면 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매표소 직원에게
“오늘 공연 표 구하려 왔는데…”
“스톨링 좌석은 42,5파운드이고 최고 비싼 곳은 100파운드가 넘어…”
“스탠딩 말고 제일 싼 좌석은 얼마지?”
“서서 보는 스탠딩이 아닌 좌석 이름이 스톨링이야.”
“그럼 그걸로 두 장 줘.”
우렁찬 음악과 함께 시작된 공연,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이동과 미술관 관람으로 몸이 피곤한 데다 영어로 진행되는 공연,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쑤시기 시작해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할 즈음,
연기자들이 행진하는 장면을 끝으로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막이 내려왔다.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오던 현태는 재인을 돌아보며
“엉덩이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이 정도에서 막을 내리기 다행이지…
그런데 나는 레미제라블 내용을 잘 아는 줄 알았는데
공연을 보면서 제목 밖에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너는 괜찮았나?”
“몸은 피곤했지만 감명 깊은 장면들이 많았어요,
특히 여자 주인공의 노랫소리는 너무 듣기 좋던데요.”
“그럼 됐다. 얼른 돌어가서 쉬자.”
문을 빠져나오려는데 입구를 지키던 직원이
“너희들 나갔다 들어올 거야. 아니면 정말 집에 가는 거야?”
“무슨 소리야? 끝난 게 아니야?”
“지금은 10분 휴식 시간이고 휴식 시간이 끝나면 2부가 시작돼.
현태와 재인은 다시 좌석에 가 2부 공연을 관람했고
공연이 끝나고 무대인사 시에는 다른 관객들과 함께 기립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