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입성
파리로 이동은 오후 시간이라 버킹엄 궁전 교대식을 보고
기네스 흑맥주가 맛있는 Lamb & Flag에서 점심을 먹었다.
유로스타를 타니 2시간 25분 지나 런던을 떠난 기차는 Paris Nord역에 도착했다.
도착 역에서 파리 외곽으로 빠지는 RER B선을 타고 Cite Universitaire역에 내려 30분 정도 걸으니
아파트가 밀집된 거주지역이 나타났다.
카톡으로 받은 비밀번호로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우편함 내 작은 금고를 여니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키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숙소는 깨끗했고
복도 왼쪽에는 널찍한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갖추어져 있었으며
안쪽 침실에는 더블 침대가 놓여 있다.
오른쪽 문을 여니 넓은 부엌에 거실이 나타났고 고가구들이 놓인 거실에는
소파 하나와 거실 의자가 놓여 있었고 삼면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집 곳곳에는 가족들 사진이 액자에 담겨 정성껏 놓여 있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성장하는 동안의 아이들 사진들로 처음 방문한 곳이지만
내 집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침실은 재인이 사용하기로 하고 거실을 둘러보던 재인은
“아빠! 이 소파는 침대로 변형이 가능하겠는데요.”
그러면서 소파 앞쪽을 쭉 당기니 소파 한쪽이 앞쪽으로 나왔고 등받이를 눕히니 근사한 침대가 만들어졌다.
바닥이나 소파에 잘 생각을 했던 현태는 조립식 침대가 완성되자 뜻밖의 행운에 만족의 미소를 띠며,
“이곳 숙소는 우리 집 같이 편안하네…
호스트의 정성이 집안 곳곳에 배어 있어 사랑이 가득한 곳이네.” 라며 재인을 보니
재인의 얼굴에도 하루의 피로를 잊은 편안한 미소가 비쳤다.
마음이 편하니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난 현태에게
“아빠! 나는 파리에 볼 게 너무 많으니 먼저 나가면 안 될까요?”
“안될 이유가 없지.
너는 너의 여행을 하고 아빠는 아빠의 여행이 중요하니 네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가도 돼.”
파리를 둘러볼 마음에 들뜬 재인이 나가자 주택가에 자리 잡은 숙소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12시가 지나 출출해진 현태가 재인에게
“어디야? 바깥 날씨는 어때?” 라며 카톡을 보내자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왔어요.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이 줄줄 흐르는데요.”
“그럼 아빠는 숙소 근처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낼 테니 나중에 연락하자.”
가벼운 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숙소를 나선 현태는 집 앞 광장을 둘러보다
G20이라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오렌지 주스와 맥주, 파스타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자신에 깜짝 놀랐다.
언제나 슈퍼는 아내의 공간이었고 혹 같이 가더라도 건성으로 대충 보고 지나쳤는데
이곳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지하게 살 물건들을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오후 1시가 넘어서자 시장기가 더해 구글 지도를 검색하니
평점이 좋은 식당이 나와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 있다.
광장 맞은편 빵집에서 크로와상 1개와 작은 빵 두 조각, 그리고 콜라를 사서
광장 그늘 벤치에 앉아 ‘내가 여행자야? 고행자야?’ 하며 크로와상을 한 입 베어 물자
그 고소한 맛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