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지는 하루
눈을 뜨니 6시 55분 자고 있는 재인을 깨워 놓고 현태가 달려간 곳은 동네 빵집,
아직도 어둠이 걷히기 전이지만 빵집에는 불이 켜져 있고 부부가 분주히 움직인다.
남편은 화덕에서 갓 익은 빵들을 꺼내고 아내는 그 빵들을 진열대에 놓는데
빵 냄새가 너무 좋다.
“Good Morning”하며 인사를 건네자, 손은 바쁘게 움직이며
“봉주르” 라 답한다.
손가락으로 크로와상 2개와 초코가 든 빵 2개를 주문하니 봉지에 담아 건네는데
따뜻한 감촉이 손끝에서 마음으로 전해졌다.
얼른 숙소로 와 나갈 준비를 하는 재인에게 건네니 따뜻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빵이 참 맛있다.’
재인이 떠나고 나니 그 빈자리가 곧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혼자 점심을 챙겨 먹고 어디를 가 볼까 고민하던 현태는 몽마르뜨로 행선지를 정했다.
20년 전쯤 르노 자동차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 프랑스로 출장을 왔고
저녁 시간 머문 파리에서 택한 곳은 무랭루주, 화려한 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들든 마음으로 찾았지만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며 문전 박대당했다.
허전하게 돌아서는 일행에게
“우리도 무랭루주와 똑같은 공연을 하는데 예약도 필요 없고 입장료도 받지 않아.”
그렇게 접근한 미끼를 따라 들어간 곳은 길 맞은편 건물 안,
쇼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무대가 있었고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뿐,
앉기도 전 맥주가 나왔고 뭔가 석연치 않아 메뉴를 요구하자,
메뉴는 없고 계산서를 갖다 주겠다며 맥주 7잔에 7백만 원을 요구했다.
‘원 세상에 이런 날강도 같은 놈들이 있나.
그래 오늘 니들 잘 만났다.
니죽고 나 죽자.’
그러면서 시작된 끝없는 기싸움 시간이 지날수록 요구 금액은 내려왔지만 온갖 공갈과 협박이 난무했다.
끝까지 버티니 마지막 절충 가 35만 원 맥주 한잔 가격이 5만 원이었지만
사람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돈을 지불했다.
그 후 현태의 기억 속에는 몽마르트르는 사기꾼이 판치는 이상한 곳이라는 기억이 남았고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찾은 몽마르뜨,
많은 예술가와 관광객이 붐비는 곳으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고
내려오는 길에 무랭루주를 들러니 그 옆에 예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RER 열차 안 젊은 아빠는 등에 배낭을 지고 대각선 옆으로 또 다른 가방을 메고,
짐 가방과 캐리어 1개, 모두 4개의 가방을 지고 끌고 일어섰고
연약해 보이는 엄마는 적먹이를 안고 겨우 걸음걸이를 하는 3살 정도의 딸아이 둘 손을 잡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저들은 왜 저 무거운 짐을 지고 어린 아이들을 끌고 파리로 온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 것일까?’
재인과 헤어져 따로 여행하는 날에는 외로움을 느끼며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