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 정원의 석양
늦은 아침을 먹고 재인이 숙소를 떠나자 혼자 남은 현태는 느긋한 아침 시간을 보낸 후,
시장기가 돌아 길을 나섰다.
어제 눈 여겨 보았던 볼량 시장 맞은편 빵집에서
오늘의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 한잔을 주문하여 한 입 베어 무니
샌드위치 안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진다.
쫀득한 바케트 빵에 베이컨과 닭고기, 그리고 상추와 토마토를 넣었는데 씹을수록 깊고 고소한 맛이 났다.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니 원액의 진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지며 행복해진다.
걸어서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는데 두 남자가 다리 난간에 올라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윗옷을 벗고 있던 남자가 난간에서 내려와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며 모자를 벗어들고 1유로를 외치며 돌아다녔다.
이때 다리를 건너던 젊은 남자가 같이 오던 여자친구에게 진한 키스를 하고
옷을 벗어 맡기고 팬티만 입은 채로 난간 위로 올라갔다.
모자를 벗어 들고 돈을 거두던 남자도 난간 쪽을 주시했고,
난간 위 두 사람은 손가락 세 개를 펴고 “트리, 투, 원”을 외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저녁 시간 예약했던 파도 공연장에 도착하니 앞 좌석은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고
주어진 좌석은 좁고 의자는 불편했다.
스페인에 플라밍고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파두가 있다.
파두는 우리나라 창과 트로트의 중간 정도의 포르투갈 전통음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트로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명의 연주자가 등장해 한 명은 일반적인 기타, 다른 한 명은 포르투끼 기타를 연주하는데
포르투끼 기타의 울림통 생김새는 복숭아 모양으로 소리는 맑고 청명했다.
두 연주자의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중년의 여자 가수가 나타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30분이 지나 가수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연주자 중 한 명이 파두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30분이 지나자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한참을 떠드니
허리까지 아파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파두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다시 무대에 오른 가수가 두 곡의 노래를 끝으로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허리는 아파 죽겠는데, 옆 의자에 앉은 아줌마와 다리가 부딪치니 불편해 죽느줄 알았다.
그래도 니는 박수도 열심히 치고 재미있게 공연을 보데…”
“나도 처음 앉을 때부터 좌석이 불편해 공연을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로서 파두 공연은 끝이다.”
공연장을 나서며 이 보다 불편한 좌석에서도 매일 3-4시간을 앉아 재즈 연주를 들었던
치앙마이 재즈 바 <The North Gate>가 생각났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포르투갈 식당,
주문을 하기도 전에 3종류의 빵과 올리브 피클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둥근 빵을 집어 손으로 찢어 버터에 발라 먹으니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빵을 하나 더 먹으며 올리브를 곁들이니 할머니가 만들어 준 싱싱한 겉절이 마냥 입맛을 돋군다.
어제는 동 루이스 다리 아래 층을 걸어서 건넜는데, 오늘은 위층을 걸어서 건넜다.
아침에 비가 내린 후 맑아져 걷기 좋은 초가을 날씨,
다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포르투의 아름다운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몇 발자국 걷고는 멈추어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바라보는 과정이 되풀이되지만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는다.
모루 정원의 석양은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해가 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돈 후,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일몰 시간에 맞추어 다시 모루 정원에 오르니
석양을 보려는 사람들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지는 해를 보니 장관이다.
잘 짜여 진 공연이나 훌륭한 예술품이 주는 감동도 좋지만
자연이 주는 이 아름다움은 그 못지 않은 진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