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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16.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남유럽 편(13)

핀초 공원 & 오페라 공연

간사한 마음 그리고 미련

로마의 Yellowsquare 호스텔 6박을 예약하면서 남은 3박 중 마지막 밤은 로마에서 머물고  2박은 나폴리나 아말피 해변을 여행하기 위해 남겨 놓았다. 

남은 2박 여행에 대해 재인의 의견을 묻자,
“아빠! 그냥 이곳에서 3박을 더하면 안 돼요. 

다시 숙소를 찾고 여행일정을 알아보는 과정이 이제 너무 힘들어요.”


 재인의 눈에는 그동안 숙소를 구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나타났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나폴리를 가고 싶으면 당일치기로 갔다 올 수 있으니…”

인터넷 예약을 마치고 리셉션에 연장 사실을 알리니

“지금 있는 방은 8인실인데 새로 예약된 방은 6인실로 되어 있어 방을 옮겨야 해.” 
“지금 우리가 머무는 방도 6인실인데 그대로 머물면 안 돼.”
“아냐. 지금 방은 8인실이므로 옮겨야만 해.”


방을 옮기는 번거로움과 Check-out후 Check-In 시간 동안 짐을 맡겨 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다음 날 다시 리셉션을 찾아가 정중하게
“내일 Check-out을 하고 방을 옮겨야 하는데 같은 방에 그대로 머물 수 없을까?”
한참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직원이
“그럼 Down Grade를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괜찮아, 그대로 방을 쓰면 우리는 방을 옮기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너희들은 다시 청소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양측이 Win-Win 이잖아.”


잠시 기다리라며 매니저와 의논을 하고 돌아온 직원은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며 

같은 방에 머물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골치 아픈 일을 해결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3일 동안 100유로를 추가로 지불하고 예약한 나은 방을 반납하고 짐을 싸 옮기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멍청한 짓을 한 것은 아닐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피렌체에서 4인실을 둘이서 머문 생각까지 겹쳐 미련이 남는다. 
일요일 아침 6인실 방에 둘만 남게 되자 이렇게 사람들이 나가고 방이 비면 틀림없이 좋은 방으로 Up-Grade 해 주었을 텐데 라는 생각에  또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핀초 언덕 석양

스페인 광장 옆 까루프에서 맥주와 간단한 먹거리를 구입해 핀초 언덕을 오른다. 

오르막 경사길이 끝나니 넓은 공원이 나타났고 

석양을 볼 수 있는 서쪽 난간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존 레넌의 <Imagine>이 울려 퍼진다. 


앉을 곳이 없어 벤치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니 붉은빛의 석양이 도시 뒤 편으로 넘어간다. 
포르투의 모루 정원에서는 잔디밭 언덕이 있어 편하게 앉아 석양을 볼 수 있었고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는 계단에 앉아 석양을 맞이했지만 

핀초 언덕에는 벤치를 제외하고는 앉을 곳이 없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니 가로등이 켜지면서 로마의 야경이 펼쳐진다. 

오페라 공연

어둠이 내리면 깨끗하게 옷을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찾고, 기모노를 입은 모녀가 이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예사롭지 않은 이 교회에 흥미가 생겼다. 
문 밖에는 오페라 공연 포스트가 붙어 있고 안쪽에는 테이블을 놓고 입장하는 사람들은 뭔가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문 앞을 지키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교회 안에 오페라 공연이 있으며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The Three Tenors>란 타이틀 그대로 3명의 테너 가수와 한 명의 발레리나 그리고 만돌린과 피아노 연주자, 오늘 피아노 연주자는 한국인 Tei Kim이 맡았다. 

아무런 무대 장치나 조명도 없이 시작된 공연, 3 명의 테너가 피아노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하니 장엄한 울림에 감동이 전해온다.


30분 공연 후 10분간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시작된 공연 

<산타루치아>와 <돌아오라 솔렌토로>는 아는 노래라 정겨웠고 

제목이나 가사는 몰라도 어딘가 친숙한 노래들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공연을 마치자 앙코르가 이어져 <오! 솔레미요>로 대미를 장식하니 생애 첫 오페라 공연이 막을 내렸다. 

저녁을 굶으며 관전한 오페라 공연, 빵과 고기로 배를 채우진 못했지만 

3인 테너 가수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빈 교양의 공간을 채우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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