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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17.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남유럽 편(14)

바티칸 박물관

5일간 머무를 계획이었던 로마의 일정이 바르셀로나에서 니스 가는 기차연결이 너무 복잡해 취소하고 

피렌체에서 일정을 하루 줄이니 9박 10일로 늘어났다. 

꼼꼼히 로마를 둘러보고 나폴리와 소렌토 그리고 아말피 해변을 여행하든지 아니면 

시칠리아 섬에 3박 정도 할 생각이었지만 어느덧 1주일이 지나자 

개학을 앞두고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하듯 마음이 바빠진다. 


아직 바티칸 박물관도 못 보았는데…
나폴리는 당일 치기로 가능할까? 
아말피도 이번에 못 보면 영영 기회가 없을 텐데… 


그리고 서두르는 마음을 진정하며 가능한 것부터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바티칸 박물관을 찾았다. 

숙소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바티칸 박물관 메트로 역에 내리니 

어제 휴일이라 더 많은 인원이 박물관을 찾는다. 

당일 티켓 구입 줄 끝을 찾으니 성벽 끝을 돌아 한참을 지나서야 나타난다. 


 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니 힘들더라도 마음 단단히 먹자.
 1시간을 기다리니 성벽 코너를 돌았고 2시간째 접어드니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하며 오기가 생긴다. 
 ‘그래 오늘 누가 이기나 해 보자.’

그때 뒤에 서 있던 젊은 남자가 시원한 맥주 두 병을 가져와 친구와 나누어 마시는 것을 보고
“우리도 맥주 한잔 할까?”
“나는 시원한 물이라도 마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내가 가서 시원한 물 구해올게.”


도로를 건너 바에 들어가니 냉장고에 시원한 맥주와 물이 있어 하나씩 꺼내 돈을 지불하고는 

시원한 물을 재인에게 건네어주고는 뒤에 있는 젊은 일본 친구들과 건배를 하고 병나발을 분다. 
시원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니 갈증이 해소되고 뒤에 서 있던 일본 젊은이들과 이야기도 나누니 

2시간 30분 기다림 끝에 드디어 티켓 창구에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창구에서 티켓을 받아 들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지만 어디로 먼저 가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줄을 서 있는 내내 유튜브를 통해 바티칸 박물관에 대한 자료를 모은 재인의 뒤를 따르니 

먼저 회화관을 들러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그림을 보고 

조각관을 거친 후 4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라파엘로의 방에서 <아테네 학당> 그림까지 감상을 마쳤다. 

이제 마지막 정점을 찍을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을 보아야 하는 차례, 

교황의 선거가 이루어지는 전통 있는 시스티나 예배당은 아담한 규모였지만 

내부에는 천정화와 벽면의 성화를 감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미켈란젤로가 4년 6개월의 세월 동안 그린 천정화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고개를 들고 보기가 힘이 들어 수도 없이 나누어 보았지만 목이 아팠다. 

이 그림을 완성하고 미켈란젤로는 목 디스크를 고생했다는 말에 수긍이 갔다. 


 5시 40분이 되자 시스티나 예배당을 지키던 보안요원들이 관람객들에게 마감을 알렸고 출구를 빠져나오니 오늘 내내 줄을 서 기다렸던 성벽이 텅 빈 모습으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내일이면 또 누군가가 거장의 작품을 보기 위해 뜨거운 햇살 아래 긴 줄을 서 기다리겠지. 

그래!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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