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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18.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남유럽 편(15)

트래비가 준 교훈

맛있는 아침식사

캐나다에서 여행 관련 일을 하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빡빡머리가 피렌체로 떠나면서 추천한

조식 맛집은 Termini역 부근. 세계적인 회계, 재무 관련 전문회사 KPMG 로마 사무실 근처에 위치했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골목에 서서

잡담을 나누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사거리 모서리에 자리 잡은 <Rio Bar> 입구 쪽에는 커피를 주문하려는 신사들이 줄을 서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몇 개의 테이블에 한가한 여행자들이 늦은 조식을 먹는다.
크루아상 조식을 주문하니 과일과 요구르트 그리고 카페라테가 함께 나오는데

나오는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다.


잔에 담긴 물까지 한 방울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고 재인 쪽을 보고 역시 모든 접시가 깨끗하다.
“이런 아침을 못 먹고 로마를 떠났으면 섭섭할 뻔했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여행 관련 맛집 전문가가 추천한 집이라 확실히 다르네요.”
“두 사람 가격이 14유로라면 가격도 착하네.”
우연히 소개받은 식당에서 맛있는 조식을 먹고 만족한 미소를 띠며 사무실 거리를 빠져나온다.


트래비가 준 교훈

로마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찾아간 곳은 트래비 분수다.
매일 나가진 않았지만 트래비 분수 주위로 유명한 관광지가 모여 있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은 지나가곤 했다.
언제나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으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로 오게 된다는 믿음이 있는 곳이라 재인이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으며,
“아빠는 왜 동전 던지지 않아요.”
“나는 더 이상 로마에 올 일은 없을 거야.
다시 여행을 한다면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 같은 가 보지 않은 곳으로 갈 거야.”


10월의 중순이 시작되었지만 한낮의 로마는 무덥고 열기가 가득하다.
작별 인사를 하려 찾은 트래비 분수, 사람들을 헤치고 트래비 분수를 마주하며 말을 건다.
“트래비 잘 있어. 내일이면 두브로브니크로 떠나야 해. 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 왔어.”

“너는 왜 나와의 만남을 마지막이라고 하지?”
“이제 로마에 올 일은 없을 거야.”
“너는 카루소의 고향인 나폴리도, 소렌토도 들르지 않았고 그토록 보기를 원했던 아름다운 아말피 해안의 작은 마을들도 보지 못했잖아. 그리고 세상을 너무 단정 지어 사는 버릇은 여전하네."
“그럼 다시 로마에 와서 이번에 들르지 못한 곳을 여행해야 한다는 거야.”
“로마에 다시 오는 것보다는 네가 좀 더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어.”


트래비를 마주하며 앉아 이번 여행이 이루어진 과정과 지난 세월을 상기하며,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또 세상을 다 아는 체하며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했구나.

이제는 세상의 큰 흐름에 내 몸을 맡길 때가 됐는데...

다음에 로마에 올 기회가 있으며 다시 너를 찾아올 게. 잘 있어"

그리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분수로 던져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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