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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Nov 08.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마지막 편

뫼비우스의 띠

숙소 Check-out 시간은 오전 10시, 프라하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오후 6시 30분이라 호스트에게 연락해 오후 3시 Check-out을 요청하니 추가 요금 35유로를 요구한다. 
20유로를 제시하자 오후 1시까지는 보장하고 예약 손님이 없으면 3시까지 머물러도 좋다는 연락을 받아 20유로를 지불했다. 

잠시 후 예약 손님이 생겼으니 1시까지 Check-Out 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곳 숙소는 외각이라 마땅히 갈 곳도 없고 공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남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공항에 도착해 커피 한잔 하며 기다리니 Check-In 카운트가 문을 열었고 항공사 매니저가 2-3 좌석이 비어 중간 좌석을 가능하면 비워주겠다 한다. 

장거리 비행에 중간을 비워 놓으니 오는 내내 편하고 좋다.

인천 공항에서 부산으로 연결되는 항공기는 여유 시간이 많아 라운지에서 음식도 먹고 샤워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둠이 내려서야 도착한 김해공항, 마중 나온 아내 차를 타고 집으로 들어오니 따끈한 어묵 국물에 전어회가 우리를 반긴다. 

늦은 여름 낮 시간에 집을 나서 늦가을 저녁 시간에 돌아온 집, 계절은 바뀌었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떠날 때는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떠났지만 돌아오니 부딪쳐야 할 현실이 우리를 기다린다. 

눈앞에 펼쳐진 물속으로 뛰어드니 한참 동안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앞으로 한 두 걸음 나아가니 발판이 있어 그곳으로 올라서니 물이 가슴까지 차면서 젊은 사내들이 원을 그리며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수구 팀을 가르는데 이곳은 군대다. 
‘아! 다시 군대로 끌려왔구나.’ 하는 순간 꿈이었다. 
군대에 잡혀가는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행에서 돌아온 첫날 군대에 끌려가는 꿈을 꾸다니... 


책상에는 <레미제라블>을 펼쳐 놓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사이로 화명 도시숲의 예쁜 단풍이 나타나고 그 단풍 사이로 런던 소호 거리의 레미제라블 광고판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여행과 현실을 분리해서 생각했는데...


여행도 삶의 일부이고,
현실도 삶의 일부이며,
삶 자체가 여행인 것을

여행과 현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면세점에서 사 온 술로  잔을 채운다. 

그동안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을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여행기 막을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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