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내 Nov 07.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비엔나 & 프라하(7)

프라하

아침부터 내리는 궂은비가 멈추지 않는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우산을 챙겨 숙소를 나서니 다행히 오던 비가 멈춘다. 

이곳 숙소는 외각에 위치해 15분 걸어 메트로 역으로 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도 나타나고 서민 아파트도 지나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매트로 역은 생각보다는 규모도 크고 객차 내부도 깨끗하다. 

메트로를 내려 오랜만에 스타벅스를 찾아 커피 한잔을 하고 하벨 시장을 둘러보고 천문시계탑 앞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시계탑을 향해 스마트폰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 
4시가 되자 2개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인형들이 돌아갔지만 너무나 짧은 시간에 문이 닫히자 아쉬운 탄성이 쏟아진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구시가 광장을 지나 카를교를 찾으니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를 걷고 사진도 찍는다. 
카를교에서 보는 언덕 위 프라하 성의 전경은 아름답다. 

카를교를 건너 찾아간 식당에서 맥주와 슈니첼 그리고 스테이크로 이른 저녁을 먹는데 음식도 맛이 있지만 역시 체코 맥주는 실망시키지 않고 맛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차창으로 보이는 프라하 성의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 

귀국 날이 가까워지자 재인은 지인들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쁜 발걸음으로 움직이지만 다른 한 사람은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물건을 고르는 안목도 턱없이 부족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인이 쇼핑 몰을 돌아다니는 동안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프라하 거리를 이곳저곳을 들러 보니 어느덧 카를교, 주말이라 사람들이 부쩍 늘어 통행이 불편할 정도다. 
다리 중간쯤 정장을 한 남자와 드레스를 갖추어 입은 여자가 짝을 이루어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사람들이 길을 막고 지켜본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내려가 어제 간 맥주 집에 도착하니 양쪽 도로를 맥주 마시는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은 만석이고 복도에 서서 맥주를 마신다. 
서빙하는 직원에게 테이블을 요청하자 1층에는 불가능하니 지하로 내려가 보라 한다. 
복도 안쪽 계단을 내려가니 동굴로 된 지하에도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고 빈좌석에는 예약 카드가 놓여 있다.

열심히 맥주를 짜고 있는 털보를 찾아 가 간절한 눈빛으로 테이블을 요구하자 앞 4인 테이블이 8시부터 예약되어 있으니 앉아 마시라 한다.

먼저 맥주 2잔을 시키고 소시지와 타르 타르를 주문하니 따라 나온 빵 옆에 생마늘 두 조각이 놓여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빵 생각이 나 마늘을 쪼개 거칠고 따뜻한 빵 표면에 문지르고 타르 타르를 올려 한 입 베어 무니 맛있다. 
맥주 한 모금하고 먹으니 더 맛있어 맥주 3잔씩에 음식을 깨끗이 비우고 맥주 집을 나오니 포만감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다시 다리를 건너 오늘 공연이 이루어질 클레멘트 성당에 도착하니 성당 옆으로 긴 줄이 이어져 있고 줄을 서 기다리니 뒤로도 긴 줄이 이어진다. 
공연 10분 전 성당으로 들어서니 내부에 성화와 조각품들이 가득하고 성당 좌석 중앙 통로와 뒤편에는 간이 의자를 채워 놓았는데 모든 좌석이 관객들로 채워지자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오늘의 주제인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연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자 여자 가수가 연주에 맞추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는 사라지더니 어느덧 뒤편 성당 오르간 난간에 나타나 다시 노래를 한다. 
이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웅장한 소리로 성당 오르간이 울리기 시작했고 연주의 마지막은 바이올린 연주자의 현란한 활솜씨로 막을 내렸다. 


작은 성당에서 열린 공연이었지만 만족해하며 문을 나서니 어둠이 내린 프라하 거리에 비가 내린다.
비 오는 거리, 사람들은 비를 맞고 다닌다.
주말 저녁 프라하 거리의 뜨거운 열기는 비가 내려도 식을 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비엔나 & 프라하(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