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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Feb 23. 2024

처남 이야기

제6편

처남 이야기


5월 중순 정원에는 잘 가꾼 장미가 활짝 피어 있었다.

늘 만나 가볍게 소주잔 기울이던 편한 사이였는데

거동이 불편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만나기를 미룬 지

보름이 되었다.


두려웠다.

처남의 아픈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웠고,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두려웠고,

그리고 이별이라는 현실이 두려웠다.


거실 탁자에 앉아 있는 처남의 얼굴에는 검은빛이 보였다.

두 시간 남짓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자주 얼굴 보자는 이야기가 귓가에 남았고

아들에게 넘겨준 회사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 처남이 일흔을 넘기지 못한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어릴 때 장인어른이 세상을 떠나

나에게는 장인어른 같고,

형님 같고,

친구 같은 처남이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장인어른을 잃었고, 형님을 잃었고,

좋은 친구를 잃었다.


젊었을 때 폐를 상한 처남은

준수한 용모 속에 가린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조금만 걸어도 호흡이 가빠 걷는 걸 두려워했고

대신 좋은 음식에 술 한잔 하는 시간을 즐겼다.


천주교 신자인 처남의 시신은

김해에서 남천성당으로 옮겨졌고

다음 날 입관되어 양산 하늘공원에 묻혔다.


나는 30대 초반에 60도 안 된 어머니를 잃었고

혼자된 아버님은 그 후 20년 더 사시다 돌아가셨다.

부모님의 잃는 것 역시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지만

같은 세대인 처남이 세상을 떠나니

또 다른 아픔이 가슴 밑바닥에서 차오른다.

오빠를 보낸 아내는 문득문득 소리 내 운다.

울음소리에 나의 슬픔도 밀려온다.


인간은 2번 죽는다.

한 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기억 속에서...

자신을 알았던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야

인간은 완전한 죽음을 맞이한다.

처남의 육체는 떠났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그는 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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