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내 May 10. 2024

이탈리아 명품 이야기(5)

로베르토 카발리


피렌체에서 태어난 카발리는 1970년 데뷔 당시 가죽 프린팅에 혁명을 일으켜 의장등록까지 하였다.
거기다 각각의 다른 재질들을 조합해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옷을 만들었다. 

곧 파리 패션계의 주목을 받아 성공을 거둔 그에게 전 세계의 명사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카발리가 우리가 지금 입고 다니는 물 빠진 듯 빈티지 청바지의 시조이기도 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데님 소재에 모래 분사 방식을 적용시켜 빈티지 느낌의 직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카발리는 특유의 독특함으로 세계의 유행 선도자, 트렌드세터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재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광부였던 아버지는 그가 세 살 때 나치에게 살해당했고 홀어머니가 누나와 그를 힘들게 키웠지만 

그의 할아버지는 유명한 화가였다. 


할아버지 주세페 로시는 인상파가 유럽을 휩쓸던 19세기말, 점묘파 화가로 명성을 날려 그의 작품이 현재에도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로베르토 카발리가 자신의 환상을 창조적인 작품으로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천년의 고도 피렌체 출신인 데다, 화가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미대에 입학해 섬유 날염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 플라워 모티프를 중심으로 작업했는데 당시 꽃과 망사의 날염 작품이 이탈리아 여러 스타킹 회사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카발리는 결코 꿈이라는 것이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라고 생각지 않는 사람인 듯하다. 

그에게 있어 디자인이란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다. 

그래서 그의 옷과 삶에서는 인생의 사랑과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파리의 멋쟁이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로베르토 카발리의 과도함을 이탈리아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소화하는 듯 보인다.

같은 라틴 계열이라도 이탈리아 여성들에게는, 북아프리카 혈통이 섞여서 어두운 피부톤에 짙은 색 머리카락 때문에 호피보다는 얼룩말이 어울릴 것 같은 스페인 여자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뭐랄까 굉장히 관능적이면서도 천하지 않고, 난한 색인데도 크게 튀어 보이지 않아서 도대체 어디서 오는 자연스러움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이탈리아 특유의 개성이 로베르토 카발리 같은 명품 브랜드가 뿌리를 내릴 토양을 만들어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탈리아 명품 이야기(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