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귀한 와인들

by 산내

2018년 2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콜 도르치아 와이너리'에서 와인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병도, 백 병도 아닌, 무려 1,000명에 이르는 양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만 유로,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이 넘는다. 돈도 돈이지만, 그중에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와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도둑이 훔쳐간 1,000병에 달하는 와인들이 모조리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였다는 점이다.

도둑들이 와인을 잘 아는 프로였다는 증거다.

콜 도르치아가 도둑들의 타깃이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최고급 와인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상징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890년대 설립된 유서 깊은 와이너리인 콜 도르치아는 1973년 양조 역사를 이끌던 친차노 백작 가문이 인수하면서 비약적인 품질 상승을 이루었다.
친차노가 콜 도르치아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포도뿐만 아니라, 올리브, 담배, 밀 등 여러 작물을 함께 재배했기에 와인의 품질이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몬탈치노 와인에 대한 가능성을 점쳤던 알베르토 친차노는 지속적으로 포도밭을 확장하고 시설을 현대화하면서 기초를 탄탄히 다져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된다.

도둑들은 콜 도르치아의 허술한 경비 상태를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

심지어 그들이 범행을 저지를 때 와이너리 오너가 바로 옆 건물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2014년, 그것도 무려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와인절도 사건도 있었다.
불운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인 프렌치 런드리이다.

프렌치 런드리는 전설적인 셰프 토마스 켈러가 욘트빌의 세탁소를 사들여 레스토랑으로 변신시킨 이후 각종 어워드를 휩쓸며 유명해졌다.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평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프렌치 런드리에서 도난당한 와인은 콜 도르치아와 비교해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하나하나가 초고가의 와인이라는 게 문제였다.

총 76병을 도둑맞았는데, 이들의 가치는 대략 30만 달러로 4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인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 돔 페리뇽 2004도 포함되어 있었다.
범인은 와인을 팔았다가 체포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비슷한 와인 도난 사건이 2021년 스페인 카세레스에 있는 미술랭 2 스타 레스토랑 아트리오에서도 벌어졌다.

스위스 여권을 소지한 한 여성이 가발을 쓴 채로 배낭을 메고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이후 여성은 영어를 구사하는 남성과 아트리오에서 디너를 즐겼고, 와인 셀러를 구경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아트리오의 와인 셀러에는 프랑스에서 생산된 고급 와인이 무려 4만 병이 보관되어 있었다.

커플은 식사 후 방에 돌아가 몇 가지 음식을 더 주문했고, 이후 방에서 나와 셀러에서 무려 75만 유로(약 11억 원) 가치를 지닌 와인 45명의 와인을 훔친 뒤 그대로 도주했다.

알고 보니 부부였던 이들은 9개월 만에 크로아티아에서 검거됐고 징역살이를 하게 됐으나 셀라에서 사라진 와인 중 엄청나게 희귀한 와인인 1806년 샤토 디켐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레스토랑 소유주는 이 절도 사건이 와인 수집가의 의뢰로 벌어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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