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만드는 두 가지 고급 와인

by 산내

중국이 오랜 시간 보르도 와인의 큰 손이었던 영국과 독일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된 건 2010년부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와인 시장은 위축됐지만, 중국의 와인 시장은 해마다 80%가량 성장했다.

보르도 와인 생산 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00년대 중·후반에는 중국으로의 와인 수출량이 70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급격한 성장세는 중국 정부가 수입 와인에 대한 관세를 2005년 43%에서 14%로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보르도 와인 투자보다 최근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중국 내 포도밭 조성과 현지 와인 생산에 대한 정부의 투자다.

특히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닝샤후이족 자치구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한 와인 산지다.

현재 200여 개가 넘는 와이너리에서 연간 무려 1억 3,000만 병이 넘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닝샤 정부는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25년까지 매년 3억 병, 2035년 6억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2020년 기준 5억 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보르도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국가 주석인 시진핑은 닝샤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인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와인 산업 전망이 좋다"며 자체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중국 현지 와인의 가능성에 대해 밝은 미래를 점친 글로벌 와인 기업들의 투자도 잇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아오 윤과 롱 다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름 위에서 노닐다'라는 뜻의 아오 윤은 온갖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한 LVMH의 자회사 모엣 헤네시에서 투자한 와이너리다.

아오 윤이 탄생하기 전부터 모엣 헤네시가 중국 히말라야 구릉에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땅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그 당시에는 중국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낭설로 여겨졌는데, 2012년 모엣 헤네시가 '히말라야에서 발견했다'며 포도 재배지를 발표한다.

그들이 공개한 땅은 중국 서남부의 윈난성으로, 이곳은 90% 이상이 고원, 구릉,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아오 윤의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 또한 해발 2,200~2,600m에 달하는 고지대에 있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가 연상되는 높이다.


모엣 헤네시 팀은 2008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투자해 이윽고 2012년에 포도밭을 완벽히 조성했다.
열악한 것은 포도밭이 워낙 고지대에 있다 보니 산소마스크를 쓰고 작업해야 할 때도 있다고 전해지며,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야크를 이용해 밭을 간다고 한다.
어찌 보면 진정한 친환경 농법이다.

또한 아오 윤의 포도밭은 높다란 산맥의 그림자 때문에 하루에 네 시간 정도만 햇빛을 받을 수 있어서, 다른 곳에서 네 달이면 익을 포도도 여섯 달 가까이 걸린다.

오랜 시간 천천히 익어가는 포도는 고유의 산과 당, 그리고 폴리페놀을 함유해 아오 윤이라는 중국 최초의 럭셔리 와인으로 탄생하게 됐다.

아오 윤의 첫 빈티지는 2013년이다.

네 곳의 마을에 분포해 있는 포도발의 고품질 포도로 만들었고, 카베르네 소비뇽 90%, 카베르네 프랑 10%을 블렌딩 했다.

2017년 빈티지의 경우 시라, 프티 베르도, 메를로를 추가로 블렌딩 해서 고급 보르도 스타일 와인의 면모를 완전히 갖추게 됐다.
한 해 생산량이 2만 5천 병에 불과하며, 약 4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두 번째 롱 다이는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팀이 투자한 중국 와인이다.

원산지는 중국의 북동부 산둥성의 추산 계곡. 라피트 팀의 철저한 테루아 분석에 의해 카베르네 소비뇽 38%, 마르슬랑 25%, 메를로 15%, 카베르네 프랑 13%를 메인으로, 소량의 프티 베르도와 알리칸테, 시라를 34헥타르(약 10만 평)의 땅에서 재배하고 있다.

첫 출시한 2017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마르슬랑, 카베르네 프랑의 블렌딩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8~20일 침용 및 발효 후 프랑스 보르도에서 직접 공수한 프렌치 오크에서 18개월을 숙성했다.

아오 윤과 마찬가지로 온갖 정성을 갈아 넣어 만든 롱 다이는 아오 윤보다 더 비싼 60~7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와이너리가 제공하는 테이스팅 노트에 따르면 검은 과일과 달콤한 향신료가 섬세하게 느껴지는 균형 잡힌 맛이라고 한다.


이제 시작 단계의 중국의 와인 생산이 세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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