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의 루디는 9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유학을 했다.
그의 집안은 굉장한 부호로 알려져 있는데, 그 돈은 가족들이 은행 사기를 통해 축적한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밝힌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 살며 고급 와인에 눈을 뜨게 된 루디는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과 탁월한 시음 감각을 무기로 고급 와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의 재능이 나쁘게 꽃 피운 곳이 바로 와인 경매장이었다.
뉴욕의 와인 경매는 1996년에 합법화되었고, 2000년대 들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었다.
처음에 루디는 경매장을 오가며 사전 테이스팅과 파티에 참석하는 정도였지만,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와인 시음회와 만찬을 직접 주최하는 와인 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그는 돈이 많았고, 돈을 쓸 줄도 알았다.
즉 돈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그는 위조 와인을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루디는 일부 고급 와인과 저렴한 캘리포니아 와인을 섞어서 초고가 와인으로 둔갑시켰고, 이를 테스트해 볼 장소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그가 직접 주최하는 호화로운 이벤트나 식사 자리였던 것이다.
특히 그는 로마네콩티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한 파티에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빈티지의 로마네콩티를 가져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별명이 '닥터 콩티'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루디는 '12 Angry Men'이라는 사교 와인 클럽의 멤버였는데, 당시 와인 업계에서 난다 긴다 하던 멤버들조차 루디의 기가 막힌 와인 컬렉션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고급 와인이 마르지 않는 그의 셀러를 두고 매직 셀러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거침없는 루디의 행보는 풍소 경매에서 끝이 난다.
여기서 퐁소는 부르고뉴의 역사적인 와이너리인 '도멘 풍소’를 이야기한다.
2008년 아커는 루디가 개인 소장하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 경매를 준비하는데, 그 컬렉션 안에 도멘 풍소 글로 생드니의 1945, 1949, 1959, 1962, 1966, 1971 빈티지가 있었다.
그러나 도멘 풍소가 글로 생드니를 만들기 시작한 건 1982년부터다.
즉, 그가 경매에 내놓은 와인들이 전부 가짜라는 뜻이었다.
경매 카탈로그에 자신의 가문이 만들지도 않은 와인들이 버젓이 실려 있는 걸 본 도멘 풍소의 오너(로랑 풍소)는 존 카폰에게 직접 전화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존 카폰은 그에게 퐁소 와인들의 경매를 취소하겠다고 말만 하고는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던 로랑 퐁소는 직접 뉴욕까지 날아가 경매장에 등장했고, 누군가 연단에 서 있던 존 카폰에게 맨 앞줄에 앉아있는 긴 머리의 사내가 로랑 풍소라고 전한 후에야 경매가 철회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미국의 전설적인 와인 수집가인 빌 코흐의 귀에 들어간다.
빌 코흐는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취미가 미술품 및 와인 수집가이다.
그의 지하 셀러에 보관된 와인은 무려 43,000여 병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랑 풍소 사건을 계기로 빌 코흐는 자신이 수집한 와인들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고용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컬렉션 중 약 400여 병이 가짜라고 보고했는데, 그중 절반이 루디에게 구입한 것이었다.
FBI가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놀라운 사실은 FBI가 수사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체포된 건 퐁소 사건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2012년이었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FBI는 루디의 집을 급습했고, 그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마무리 짓게 되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루디 혼자였다는 것이다.
그의 경매는 소위 와인 전문가 집단이 가세해 벌인 범죄였지만,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린 사람들은 루디를 외면했다.
그의 와인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경매사는 경매에 나오는 와인을 검증할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한다.
루디는 10년 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그의 고향인 인도네시아로 추방당했다.
그의 나이 44세였다.
이후 인도네시아 언론에 의해 그의 가족이 조직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건은 2016년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타짜의 와인이 공개되며 대중에게 알려졌고, 원제인 '신포도(Sour Grapes)'처럼 와인 애호가들의 뒷맛을 시다 못해 쓰게 했다.
지금 루디는 석방되어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와인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