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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이유 - 절영지회

초 장왕

by 산내

필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초 장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술을 내리며 잔치를 벌였다.
날이 어두워지고 술이 한참 올랐을 때 촛불이 꺼졌다.
그때 어떤 신하가 초왕을 모시던 미인의 옷을 끌어당겼다.

미인이 그자의 갓끈을 끊고는 왕에게 고했다.

"방금 촛불이 꺼졌을 때 어떤 자가 첩의 옷을 끌어당겨 수작을 걸더이다.
불을 켜거든 군주께서는 갓끈이 끊어진 자를 잡아내소서."

장왕은 묵묵히 듣다가 돌연 좌중에 명령을 내렸다.

"오늘 과인과 술을 마시는데, 갓끈이 끊어지지 않은 이는 제대로 즐기지 않은 것으로 알겠소."
이리하여 100명이 넘는 신하들이 갓끈을 다 끊자 불을 켰다.

3년이 지나서 진과 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어떤 용사 하나가 앞장서서 용전하는데, 적과 다섯 번 싸워서 모두 격퇴시켰다. 이리하여 결국 싸움에서 이겼다.


장왕이 이용사를 가상하게 여겨 물었다.

"과인이 덕이 부족하여 그대처럼 뛰어난 이를 아직 알아보지 못했다.
그대는 어떻게 죽음도 무서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웠는가?"


그러자 그 용사가 대답했다.

"신은 오래전에 죽어야 할 몸이었습니다.
예전에 술에 취해 실례를 범했을 때, 왕께서는 몰래 참고 저를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감히 그 은덕을 감추고 끝내 왕께 보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항상 간뇌를 땅에 홀뿌리고 목의 피로 적을 적실 날을 기다렸습니다.
신이 그날 밤 갓끈을 뜯긴 자이옵니다."

장왕은 흔히 말하는 통 큰 지도자의 원형이었다.

필의 싸움에서 선봉은 바로 장왕의 친위병인데 친위병들 속에는 갓끈을 끊겼다가 용서받은 장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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