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의 비참한 최후
사기에는 환공이 재상감으로 또 다른 사람들을 물었다고 되어 있다.
환공이 물었다.
"역아가 어떻습니까?"
역아는 제 아들을 삶아 임금에게 바쳤다는 사람으로 환공이 좋아하는 요리사였다.
"아들을 죽여 임금을 모신다는 것은 인정이 아닙니다.
그는 안 됩니다."
"그럼 개방이 어떻습니까?"
개방은 아버지 임종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환공을 보좌했다고 한다.
"어버이를 등지고 임금을 모시는 것은 인정이 아닙니다.
가까이하기 힘듭니다."
"그럼 수조는 어떤가요?"
수조는 환공을 모시기 위해 스스로 환관이 되었다고 한다.
"스스로 성기를 잘라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인정이 아닙니다.
친할 사람이 아닙니다."
관중이 습붕을 천거한 것은 그가 나라 일을 하면서도 가정을 생각하고 가정에 있으면서도 나라 일을 생각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아, 수조, 개방 등은 충성이 지나쳐서 믿을 수 없었다.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관자에 일화들이 나온다.
원래 환공은 화려하게 입고 잘 먹는 것을 극히 중요시하는 소위 '속물적인' 근성이 있었다. 역아 등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하루는 환공이 아기 삶은 것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궁중의 요리사인 역아가 냉큼 자신의 아이를 삶아 바쳤다.
표독스러운 사람이지만 요리 하나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모양이다.
또 수조는 환공이 여색을 밝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 스스로 성기를 잘라 환관이 되었다.
그는 궁에 들어가자 환공을 위해 여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개방은 위나라에서 온 망명객이다.
그는 환공을 섬긴다는 명목으로 며칠 거리에 불과한 부모의 집을 15년이나 방문하지 않았다.
오직 환공만을 위한다는 충정을 보인 것이다.
이들은 이런 대가를 치르는 대신 권력을 원했다.
관중이 보기에 이들은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선한 마음으로 남을 이기려는 포숙도 지나친데, 자신의 몸을 해치고 가정을 무시하고 아들을 죽이는 독한 마음은 관중이 보기에는 비정상이다.
그런 이들이 상황이 바뀌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는가?
관중이 죽고 난 후 역아, 수조 등이 반란을 일으켜 환공을 감금했다.
습붕은 관중이 죽은 해에 죽었고 포숙은 그 이듬해에 죽었다.
과연 관중의 말대로 역아 등은 무서운 자들이었다.
이들은 희첩 중의 한 사람인 위희와 결탁하여 그 아들 무궤를 세웠다.
그러자 다른 공자들도 모두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당파를 이루어 서로 칼부림을 해댔다.
이들이 서로 싸우는 동안 환공의 시신이 무려 67일 동안 염을 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구더기들이 방 밖으로 기어 나왔다고 한다.
아버지의 시체를 버려두고 아들들이 싸우는 처참한 형국이었다.
<관자>에는 환공의 마지막 절규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여아, 수조, 개방 등은 환공을 방에 가두고는 아예 죽이려 했다.
이때 한 부인이 담구멍으로 몰래 방까지 들어갔다.
그때 방에 갇힌 환공이 말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데 음식도 물도 없다. 어쩐 일이오?"
부인이 대답했다.
"역아, 수조, 당무, 개방이 나라를 넷으로 쪼개서 길이 열흘이나 막혀 있습니다.
환공이 절규했다.
"슬프다. 성인의 말씀이란 과연 옳구나. 돌아가신 분이야 이 꼴을 모르시라.
만약 안다면 내가 어떻게 지하에서 얼굴을 들고 중보(관중)를 바라보라."
이렇게 말하고는 흰 두건에 머리를 묻고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