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유방이 무관을 돌파해 진의 진지를 하나씩 쳤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들의 병력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갔다.
이에 조고는 최후가 다가옴을 느끼고 나름대로 살 길을 찾고자 했다.
이대로 싸움에서 지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이긴다고 해도 2세가 귀머거리가 아니라면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명목상의 우두머리인 2세를 죽여 공을 세우고 제후들과 협상하는 것이 최선이다.
마침 유방이 보낸 사자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조고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2세를 포함해 자신을 위협할 세력을 제거하고 허수아비를 군주로 세운 후 들어오는 제후 군과 협상을 하자는 수작이었다.
그는 사위 염락과 동생 조성과 함께 음모를 꾸몄다.
어찌하여 조고는 이토록 대범해진 것일까?
예전에 조고는 신하들 중 누가 말을 듣지 않을 것인지 시험하고자 한 편의 활극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는 사슴 한 마리를 2세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말입니다."
2세가 웃으면서 말했다.
“승상이 잘못 본 것 아니오? 사슴을 두고 말이라니."
그때 조정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어떤 이는 사슴이라 했지만, 어떤 이는 침묵했고, 어떤 이는 말이라고 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바로 '지록위마'라는 고사다.
물론 사슴이라 한 이들은 조고의 모함을 당해 제거되었다.
그러니 진나라 조정은 벙어리나 아부꾼만 들끓었고, 2세는 이른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조고는 궁을 이미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낭중령에게 안에서 호응하게 한 후, 도둑을 잡는다는 명목하에 염락에서 궁을 치게 했다.
염락이 궁의 위병들을 베고 들어가 2세의 휘장에 활을 쏘았다.
2세가 노해서 좌우를 불렀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2세가 간청했다.
"승상을 만날 수 있겠는가?"
염락이 거부했다.
"한군의 왕이 될 수 있겠는가?"
염락은 이 부탁 역시 거부했다.
"만호의 후라도 좋다."
이 역시 염락이 거부하자 2세는 마지막으로 애걸했다.
"처자식과 함께 검수가 되고 싶소.'
허나 염락은 싸늘했다.
"저는 숭상의 명을 받아 천하를 위해 족하를 죽이려는 것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셔도 신은 감히 보고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2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날 살인자가 살인자에게 살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