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유방과 딜을 하다.

by 산내

항우와 긴박한 대치 상황에서 한신의 도움이 필요로 한 시기, 유방을 분노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를 모두 평정한 한신이 유방에게 엉뚱한 요구를 하며 사신을 보낸 것이다.

"제는 속임수가 많아 반복무상한 데다 남으로 초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위세가 약하면 다스릴 수 없으니 신을 가왕(임시 왕)으로 삼아 안정시키지 않으면 정세를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대치 상황에서 언제나 항우에게 밀리며 한신만 기다리던 차였다.
그런데 한신이 이미 항복을 받은 나라를 다시 공격하여 자신의 밀사마저 사지로 내몰더니 이제는 왕이 되겠다고 하니 유방은 화가 치밀었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며 아침저녁으로 와서 도와주기만 기다리는데 저는 왕이 되겠다고?"

화가 폭발하려던 차에 양쪽에서 누군가 넌지시 그의 발을 밟았다.
진평과 장량이었다.


그들이 귓속말로 말했다.

"지금 이렇게 불리한데 한신이 제왕이 되는 것을 어찌 막겠습니까?
이참에 왕으로 봉해 잘 대해주는 것이 낫습니다.
안 그러면 변란이 납니다."

유방이 얼마나 상황 판단이 빠른 사람인가?

그는 얼굴을 싹 바꾸고 한신의 사자에게 말했다.

"장부가 제후를 평정했으면 응당 진왕이 되어야지 무슨 가왕이냐?"
이리하여 유방은 즉시 인장을 새겨 한신을 제왕에 봉했다.


이제 천하는 2강 체제가 아니라 사실상 3강 체제로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우도 유세객 무섭을 보내 한신을 설득했다.
그러나 한신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막하의 책사들이 형세를 저울질하고 있었지만 그는 쉽사리 배신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무섭이 떠나자 괴철이 다시 비슷한 말로 유세했다.

그의 논지는 무섭의 주장에서 한발 더 나간다.

"지금 양측 군주의 명이 족하에게 달려 있습니다.
족하가 한을 위하면 한이 이길 것이오, 초를 위하면 초가 이길 것입니다.
신이 속을 트고 간담을 드러내고 감히 어리석은 대책을 말씀드리려 하나 족하께서 받아들이지 못할까 적정입니다.
신이 보기로 족하께서 양쪽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존속시켜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정족지세를 만들면 형세상 누구도 감히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언사가 과격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부지리란 바로 이런 형세를 말함이 아니던가.

그러나 한신은 의리로 반박했다.


"한 왕이 나를 대우함이 심히 두텁습니다.
자신의 수레에 나를 태우고 자신의 옷을 나에게 입히고, 자기 음식으로 나를 대접합니다. 듣자 하니,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그의 근심을 싣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그의 근심을 품으며, 남의 음식을 먹는 자는 그의 일을 위해 죽는다 합니다.

내 어찌 이익을 좇아 의리를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한신은 그에 배신하지 않았다.

한신이 움직이면 초한쟁패는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한신은 아마도 갈등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단이 확고하다면 시간을 끌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신에 대한 유방의 신임도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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