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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Dec 05. 2021

유라시아 견문 3(1)

리스본에서 벨기에, 브뤼쉘까지


<저자소개>

 이병한

1978년 출생, 2018년 원광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1000일 동안의 유라시아 여행 중, 900일을 홀로 다녔고,

마지막 100일을 둘이 다녔다.


바이칼 호수에서 첫 편지를 주고받고 뜻이 통해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나 연해주를 지나 북해도, 동해를 건너 동북 3성, 북한 여행을 함께 하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날 산통이 시작되어

2018년 11월 27일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유라시아 견문 1>편을 읽고 세월이 흘러,

저자의 이름이 기억 속에서 지워질 무렵 <유라시아 견문 2>편을 읽었다.


서구 중심의 사고에 젖어 세상을 한쪽 눈으로 바라보던 시기에

다른 쪽 눈도 사용하여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았다.


이병한은 역사를 시간의 개념으로 정리하지 않고,

여행을 통해 공간의 개념을 접목해서 입체화 시켰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의 내용을 넘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다.


그 동안 잊고 지내다 <유라시아 견문 3>편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뒤 늦게 알았다.


책을 가방에 넣고 오는 내내 마음이 넉넉하고 풍요로웠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인연과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되었으니

역마살이 있는 사람에게는 답답함도 있겠지만 보람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포르투갈>

<유라시아 견문 3>의 출발점은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이다.


콜럼버스, 바스쿠 다가마

그리고 1518년 최초로 지구를 일주한 미첼란도 포르투갈 사람이다.


인도 고아를 점령하여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페르시아를 잇는 서인도양 상업망을 장악했으며,

조총으로 일본 열도를 통일한 도쿠가와 정권을 지원한 나라도 포르투갈이다.


1999년 중국에 반환하기까지 500년 가까이

마카오를 점령한 나라 역시 포르투갈이다.


이제는 전성기 때의 강대함은 자치를 감추었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결국 2011년 구제금융을 신청한 나라가 되었다.

 


1973년 10월 이스라엘-아랍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전략 폭격기가 출격한 곳이

바로 포르투갈의 아조레스 섬이다.

이곳에 미군기지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82년 영국과 아르엔티나 간 포클랜드 섬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1991년 걸프전 때도,

1995년 유고 내전에서도

아조레스 섬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영국 총리가 만나서 이라크 공습을 결정한 장소가

바로 아조레스 섬이었다.

 

2014년 아내와 40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찾아 간 곳이 포르투갈의 포르토(Porto)였다.


3박 4일간 머문 포르토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바티칸>

저자는 프란시스코 교황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프란시스코 교황은

가장 인간적이고 이웃 같은 교황이며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교황이기도 했다.


저자가 바타칸에서 머문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는

종종 교황이 방문한다는 소문에 인기가 있었는데,

저자가 머무르는 마지막 날,

점심을 드시러 교황은 숙소 식당을 찾았다.


식당에는 교황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 놓았지만,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숙소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를 했다고 하니

서민적 교황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다.  

 

<독일, 프랑스>

독일 철학사의 ‘라이프니츠-볼프 철학’이라는 학술 용어를 처음 고안한 빌핑어는 <중용>의 지혜에 탄복했고, 그의 영향을 받은 칸트 역시 <중용>에 빠져들어 중국 사상이 독일 철학의 기초를 이루었다

칸트와 헤겔은 중화 문명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근대 철학의 원칙을 이루었다는 주장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프랑스가 비상사태라는 점은 각종 지표에서 나타난다.
 행복지수가 20세기 말에 비해 20%나 하강했다.
 더 이상 일상을 향유하는 행복의 나라가 아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도 약해졌다.


 반면으로 신경 안정제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향긋한 크루아상을 구워 내던 동네 빵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신 그들이 그토록 업신여기던 미국산 페스트푸드 점이 늘어났다.

 고학력자 특히 박사학위 소유자 중 1/4이 프랑스를 떠났다.
 헬 프랑스를 등지는 탈 프랑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년 전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 사용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드골 공항에서 영어로 내려야 할 곳을 묻는 여행객을 대하는

공항버스 기사는 무대응으로 상대방을 무시했다.
 그들의 오만함과 자만심을 경험한 나로서는 심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란, 테헤란>

시아파의 종가 이란과 수니파의 종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패권 경쟁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은 유럽의 종교전쟁에 빗대어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대립은 종파의 대결이 아니라 체제의 경쟁이라 주장한다.

즉 걸프 연안의 갈등의 핵심은 이슬람적 공화정의 확산이냐,

비이슬람적 왕정의 고수냐이지 수니파 데 시아파의 경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란은 유럽과 아랍에만 고착되어 있지 않다.

페르시아의 후예답게 시야가 넓고 깊다.


 저 멀리 동쪽에서는 중화 문명의 중흥이 울려 퍼진다.
 바다 건너 인도에서는 힌두 국가 만들기가 한창이다.
 북방에서는 동방정교에 바탕 한 러시아의 재기가 뚜렷하다.


 터키마저 유럽과 나토에서 선회하여 유라시아/상하이협력기구로 합류하고 있다.

지난 100년을 군림하던 ‘가짜 역사’를 타개하고 ‘다른 역사’가 이란에서 태동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네덜란드는 자연과 싸워서 이겨낸 자유의 땅이다.
 간척지가 국토의 1/3을 이루고, 영토의 1/4은 해수면보다 낮다.


이곳 사람들의 옷차림은 단정하고 소박하다.
 지나치게 성공하는 것 또한 추구하지 않는다.


 연봉보다는 여가 시간을 더 따지고,

집 평수를 넓히고 자동차 배기량을 늘리기보다는 취미 생활에 더 가치를 둔다.


영국보다는 행복하고,

프랑스보다는 효율적이며,

미국보다는 관용적이고,

노르웨이보다는 세계적이며,

벨기에보다는 현대적이고,

독일보다는 재미있는 나라다.


전체 국토가 평지인 네덜란드에는 자전거가 일상의 교통수단이자 레저의 수단이기도 하다.
 80만이 살아가는 암스테르담에 자전거가 200만대이다.


섹스를 대하는 태도 역시 실용적이고 실무적이다.

섹스는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껏 즐기되, 반드시 건강을 지켜야 한다.


 중학교에서부터 남녀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교육하여,

여학생은 피임약을 복용하고 남학생은 콘돔을 사용하도록 한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가장 낮은 10대 임신율과 가장 낮은 낙태율을 기록하고 있다.


EU에서는 국경의 개념이 사라졌으므로

금요일 밤부터 암스테르담은 외국인들이 점령하는 흥청망청 유흥도시로 변모한다.

마약과 섹스에 관대한 문화를 한껏 즐기려는 광란의 불금이 펼쳐진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다.

마약 암시장이 번성하고 있으며 성범죄율도 높아지고 있다.

성매매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동유럽 출신 여성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세기 후반 구축해 두었던 복지 모델이 세계화의 덫에 걸려 크게 흔들리고 있는 추세다.

 

<벨기에, 브뤼셀>

벨기에는 소국일뿐더러 신생국가다.
 이 작은 나라가 본토의 80배에 달하는 콩고를 사유지로 확보했다.

콩고의 위치는 절묘하다.

아프리카의 한복판에 자리한다.


 서쪽에서는 프랑스가, 동쪽에서는 영국이 강세였다.

중간 중간 독일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식민지들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한 나라가 콩고를 차지하면 세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럴 바에야 소국의 왕에게 이 땅을 맡기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레오폴드 2세의 사유지로 합의함으로써 완충지대로 탄생한 것이 1885년 콩고자유국이다.


1960년 콩고가 독립한 이후에도 중독된 맛을 포기하지 못해 광산지역만 분리 독립시키려고

무기와 자금을 지뭔해 지방 세력의 무장투쟁을 독려했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콩고 내란이 시작된 것이다.
 베트남 전쟁과는 달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옥의 묵시록’가 펼쳐졌던 장소가 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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