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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Dec 04. 2021

서른에 떠난 세계일주

예리한 시각으로 세상을 본, 지혜로운 여행

<저자 소개>

윤유빈 

 1980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2006년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경남일보 사회부 기자로 일했다. 

2008년 4월부터 1년 동안 6 대륙, 30개국, 135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썼다. 

지금은 OBS 경인 TV에서 방송기자로 일하고 있다.

 


30세의 나이에 세계일주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지만, 

윤유빈 기자의 세상을 보는 시각은 한없이 넓다.

  물론 세계를 여행하면서 문화와 삶을 대하는 시각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30세 때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프롤로그에서 있는 다음 글은 여행에서 작가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구 사관에 익숙한 탓에 편견 일색이던 이슬람 국가를 달리 보았습니다. 

식민지배의 아픔이 남아 있는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바로 보았습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정체성을 지키려 투쟁하는 소수민족을 아프게 보았습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역사는 참으로 약자에게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동부를 여행하면서 저자가 미국에 편지 형식으로 쓴, 

다음 구절은 영국으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용기를 보여주었던 미국인과 

강국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의 미국 사이의 간극을 그의 예리한 시각으로 그려 놓았다.


최근 미국이 당신들이 겪는 시련은 스스로 자초한 바입니다. 

진정성을 상실한 당신이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역시 헛구호에 불과합니다. 


자연히 친구보다 적이 늘 수밖에요. 

초심으로 돌아가세요. 

소중한 가치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독립을 쟁취했던 그때의 마음을 잃지 마세요.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겠습니다.”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면서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공존을 경험한 저자는 

플라밍고 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했다. 


세비아에서 플라밍고를 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여행에서 숱하게 많은 종류의 춤을 봤지만 이토록 진한 감동을 주는 춤은 처음이다. 

관능미로 치자면 아르엔티나 탱고가, 화려함으론 브라질의 삼바나 중동의 밸리가, 

흥겨움으론 콜롬비아와 쿠바의 살사가 플라밍고보다 한 수 위다. 


이 모든 매력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건 플라멩코가 발하는 열정이다.

플라멩코는 15-16세기 안달루시아로 흘러 들어온 집시들이 추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떠돌며 온갖 박해를 받았던 집시들의 춤사위에는 

삶의 애환을 담은 슬픈 몸짓이 담겨 있다. 


무희들은 언제나 무대에서 스러져 죽을 각오로 춤을 춘다.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이 빚어내는 안달루시아의 영혼 플라멩코가 열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에서 기회를 놓쳤던 플라밍고 춤에 대한 아쉬움을 더하게 하는 대목으로 

스페인을 다시 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 



다음의 글은 나 자신이 은연중에 품고 있던 생각이 들킨 곳 같아 아찔했다.


잘 사는 나라에선 공연히 주눅이 들었고,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곤 했습니다. 

서구를 여행하다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느낄 때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정작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한 저의 편견에 눈을 감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지요.”

 

가벼운 여행 관련 서적이지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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