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자랑하고 싶은 좋은 친구가 있다.
혜민스님은 세상이 힘들어
비를 맞고 걷는 사람에게는 우산을 주는 것보다
같이 비를 맞고 걸어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친구는 나의 곁에서 묵묵히 비를 맞고 같이 걸어준다.
나의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간질병을 앓았다.
거품을 입에 머금고,
고통에 바닥을 뒹구는 모습은 늘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형님과 같이 했던 사업이 망하자,
빚을 떠안아 갚았고, 형님이 남기고 간 가족들 생계를 평생 책임졌다.
참 착하고 어리숙한 친구다.
마감시간에 맞춰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속기사의 도움을 청했고,
나이 어린 그녀의 사랑을 가로챈 엉큼한 면도 있다.
도박에 빠져 온 재산을 탕진하고 알거지가 된 전적도 있다.
나는 이 친구를 40대 초반에 만났지만 처음에는 좋아하지는 않았다.
5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이 친구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좋아졌다.
이 친구와의 우정이 언제까지 갈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친구가 있어 내 삶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