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미래: 다중 균형[2]
향후 나타날 구조변화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외생적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운 균형으로 수렴해 갈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균형점에서 이탈한 후 따르게 될 성장경로와 향후 도달하게 될 새로운 균형점은 구조변화들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다중균형(multiple equilibria), 즉 현시점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이 하나 이상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러 개의 균형이 가능한 경우 경제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 이후 어떤 균형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때 균형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ation)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경제주체들이 경제구조 변화에 직면하여 경제활동의 축소를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자신도 경제활동을 축소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으므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축소하는 균형이 달성될 수 있다. 반면 다른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확대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 하에서는 자신도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우월한 균형이 달성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경제주체들이 기대한 바에 따라 새로운 균형점이 결정되는 자기실현적 균형(self–fulfilling equilibrium)에 이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책대응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적극적 경제활동을 유도함으로써 경기 회복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제구조 변화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새로운 균형점이 달라질 수 있다.
현시점에서 가용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과거에 관측된 지표별 추이에서 나타났던 추세를 확인한다. 그리고 해당 추세를 연장하여 향후 변화를 추정한다. 그런데 선행연구의 정보를 참조한 변화 방향이 추세연장을 통해 도출한 변화방향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외생성이 강한 재정구조 지표(정부부채비율, 재정지출비율)의 증가율은 지금까지의 하락 추세가 증가 추세로 전환될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별 지표에서 과거에 성립하였던 추세가 향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이는 향후 다중균형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경제가 보다 나은 성장경로를 따라 지속성장을 유지해 가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