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과 결심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주 나의 글을 갈아엎을 줄은 몰랐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약간의 부끄러움이 올라오지만 앞으로 더 자유롭게 그리고 오래 글을 쓰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최근 며칠간 나는 나의 '작품 방향'에 대해 방황을 했다(사실 모든 것에 대해 방황했다). 처음에는 심리 우화-그림-심리 에세이 세 파트를 하나의 글로 엮어 45편 정도 구성할 계획이었다. 이때의 심리 에세이는 아들러의 우월성,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같이 내가 쓴 심리 우화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특정 심리학 이론이나 개념을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금방 지루해졌다. 매주 대학교 과제를 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설명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분의 조언을 듣고 나의 마음을 담은 진짜 '심리' 에세이를 써보기로 했다. '심리'이란 곧 마음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내가 나의 마음에 다가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글로 옮김으로써 읽는 사람 역시 그러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나는 며칠간 기존의 설명식 심리 에세이들을 나의 과거 경험과 그때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자전적 심리 에세이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은 확실히 뜻깊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 있었고,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전보다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새로운 글을 읽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더 좋았다.
다만 곧 또 다른 부자연스러움, 부자유함이 찾아왔다. 내 마음에 대한 진솔한 글을 쓰는 것은 좋았지만 이미 써둔 심리 우화에 맞추고 연결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보다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위적인 우화가 나오기 시작했고, 에세이 또한 우화와의 접점을 찾느라 쓰는 것이 힘들어지고 느려졌다. 둘 다 과제처럼 느껴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을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나누고 싶고 더 나아가 나의 글이 금전적 수입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글을 오래 그리고 제대로 쓰고 싶은 바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는 심리 우화집을 먼저 완성하고 싶다. 직접 구상한 심리 우화와 그에 어울리는 펭귄 그림에 집중하고 싶다. 심리 에세이 쓰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쓰고 싶다. 심리 우화집이 완성되고 나면 그때는 심리 에세이집을 두 번째 목표로 삼을 생각이다.
이렇게 나는 나의 작품 방향을 새로 정했다. 처음 계획한 심리 우화와 심리 에세이의 연결을 분리하고 심리 우화집 완성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몇 번이나 계획을 바꾸는 내 모습이 부끄럽지만 이러한 방황과 결심의 과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