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愛)국을 위한 멜로디: ‘노래’의 역사를 돌아보며

young

by young

안익태가 지은 《한국환상곡》에 가사를 삽입해 현재의 애국가라 불리우는 노래가 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또 너무 당위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해온 애국가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파헤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표면적인 ‘역사’라고 한다면, 그저 과거의 사실을 연대순으로 열거하고, 이를 정리 및 기록하는 것에 그칠지 모르지만, 지금 이 글에서 다룰 ‘역사’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역사는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서술자의 관점, 독자의 입장, 출판사의 개입 등 역사는 있는 그대로 전해져오는 ‘절대적’ 대상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객관적일 줄 알았던 학문은 철저히 주관적으로 그 모습을 달리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애국가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가’의 개념으로서도 존재하지만, 한국인에 의해 민요처럼 불리어온 멜로디, 즉 ‘노래’이기도 하다.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가장 대중적일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애국가를 넘어설 노래가 또 있을까? 애국가는 그 깊고 두터운 정치적, 사회-문화적, 인류사적 함의를 가지지만, 사실 우리가 애국가를 떠올리라고 할 때의 이미지는 “동해 물과 백두산이”에 지나지 않다. 보편적으로 거론되는 음악의 기능은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차원에 위치하지만, 내가 애국가를 통해 본 음악의 기능은 인간들 간의 ‘결속력’에 있다. 모든 집단은 ‘노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노래는 한 집단의 정체성, 정당성과 상징성, 그리고 역사성을 포괄하며, 이들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존재한다. 자신들의 노래를 갖지 못한 집단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공식적인 단체와 모임은 노래를 필요로 하며, 심지어는 단원들에게 이를 외우게 해서라도 부르게 한다. 왜 그래야만 할까? 왜 그렇게까지 노래가 중요할까?


인간은 목적이 있을 때 가장 열정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기에 목적이 없어진다면, 의외로 쉽게 무너지고, 나약하게 도태된다. 노래는 이 ‘목적’과 상징적으로 대응된다. 모든 집단에는 목적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모든 집단에 노래가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노래의 ‘가사’가 집단의 목적성을 늘 1차원적으로 구현한다는 뜻은 아니다. 노래를 구성하는 요소를 멜로디, 가사, 그리고 하모니 이 세 가지로 본다면, (가사가 가장 직관적으로 집단의 특성과 결부되기는 하겠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을 노래로 하나 되게 만들고, 혼자일 때조차 흥얼거리게 만드는 음악의 본질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노래를 구성하는 모든 요인은 ‘집단’적이며, 인간 집단은 그 자체로 음악적, 이곳에서는 ‘노래’적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가사는 노래의 ‘What’, 즉 중심된 근간이라면, 이를 전달하는 ‘How’, 방식의 문제가 때로는, 최소한 애국가에 한해서는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노래를 계속 부르다 보면, 그것이 아무리 적은 부분이라도 인간에게 집단적 정체성을 내재화하며, 결국 우리는 노래에 영향받고, 지배받게 되는 것이다.그렇기에 어쩌면 노래는 절대성보다 상대성의 가치를 더 크게 바라봐야 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의 원조성은 A Major로, 가사 “동-해”가 음이름 “미-라”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미”음과 “라”음이 정확한 피치로 지켜져서 노래 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심지어 학교 조례 시간, 군대의 합창 시간에는 애국가를 두음 낮춰 부르는 방침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1)



음이 너무 높아서, 소위 ‘삑사리’가 두려워서 애국가를 크게 부르지 못하는 국민을 양산하는 것, 혹은 국민의 입장에서 부르기 편안한 음역으로 전조된 개정 애국가를 제시하는 것, 이 두 선택지 중에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무엇이든 깊게 공부한 자가 더 얕은수를 쓰는 법. 힘을 빼고, 단순하게 상황을 바라보자. 노래의 역사는 복잡하지 않다. 인류에게 본능적으로 필요했던 노래, 그리고 집단과 노래의 관계는 애국가라는 특정한 노래로부터 새로운 역사화를 거쳐 우리에게 제시된다.


1) 애국가 낮춰부르기 관련 기사 [https://www.nocutnews.co.kr/news/4082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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