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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Jun 16. 2024

중독의 위험성

우리는 살면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뉴스를 통해서 게임, 마약, 도박 등등 중독된 사람을 보게 된다. 매체를 통하여 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접하게 되고 조심해야 하는 경각심도 심어주게 된다. 이번 환자의 이야기는 증세는 실제로 접할 거라 생각도 못했던 도박중독에 시달렸던 환자의 이야기였다.


최근에 겪었던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파업으로 인해 조용했었다. 환자 수도 많이 없었고 조용하게 지나갈 줄 알았으나 하필 혼자 근무하는 시간대에 의료진이 쓰는 무전기를 통해서 약물중독으로 신고받은 여성분이 온다는 말에 느슨해진 근무에 경각심이라도 생긴 듯 바디캠과 무전기를 착용하고 환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시간이 얼마 안 지나서 엠뷸런스는 응급실 정문에 도착했고 환자의 상태를 보아하니 대화를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고 증세를 보아하니 평소에 우울증 약과 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하필이면 도박중독으로 인해 상담도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예의주시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일단은 얌전한 상태였고 필요하게 되면 호출해 주시겠구나 하고 일단 자리로 돌아와서 일을 보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지나서 호출이 들어왔다. 예상한 대로 그 환자가 갑자기 울면서 소리치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보호자인 남편하고 같이 있다가 생긴 일이라고 했다. 일단은 보호자에게 잠시 센터밖에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려 달라고 요청드리고 환자를 진정을 시키다가 진정이 너무 안되자 양손만 강박시키기로 결정하였고 어떻게든 진정시켰다.


진정시키고 나서 의료진은 나에게 환자 곁에 있으면 안 되겠냐고 요청하였고 나는 일단 알겠다고 하였다. 이러면 안 되지만 약물중독에 대한 증상은 나는 지겹게 봐왔으니 도박중독에 대한 증상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나는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감정에 대한 부분과 욱하는 부분은 약물환자와 비슷했었으나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잣말이 많아지고 자아가 바뀌는(?) 느낌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아무 일 없다가 막 울 거 같다고 슬퍼지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갑자기 나에게 반말을 하였다가 모르는 사이에 반말해서 죄송하다고 그러고.. 솔직히 말해서 기묘하면서도 섬뜩했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증상은 그저 남이야기 거나 매체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었고 실제로 볼 거라고 생각도 못했으니 나에게 있어 새로운 충격이었기도 하다.


좀 더 지켜보다가 환자가 완전히 진정된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자리로 복귀했다. 항상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별에 별 환자와 내원객을 맞이하기도 했고 여러 증상에 대해 많이 보기도 했지만 항상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대처하다가 겁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겁먹었다기 보단 매우 섬뜩했었고 내가 다칠 각오까지 할 정도였으니.. 기가 매우 많이 빠지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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