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겪었던 일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응급실 정문에서 누군가가 화내는 소리가 들려서 달려가봤더니 구급차로 실려온 환자가 화내는 소리였었다. 온몸에는 누군가가 난도질을 한 듯한 얕은 베인 자국들이 많았었고 상황을 듣자 하니 술에 취해서 생긴 일이라고 한다. 제일 황당한 건 술에 취해 유리병까지 씹어서 먹었다고 한다. 구급대원이 거짓말을 할리가 없었지만 환자의 입 안에서 유리를 밟으면 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고 그동안 근무하면서 보았던 환자들 중에서 역대급으로 이상한 환자였었다. 불안한 마음에 자진해서 병실에 옮기는데 까지 같이 동행했다.
병실에 도착해도 환자는 진정할 기미가 안 보이고 온갖 욕설과 함께 진료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자신은 유리를 못 먹으면 안 된다고 유리 조각 갖다 달라고 쌩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젠 하다못해 자신이 경찰청장과 친구라는 허언까지 뱉을 정도로 속된 말로 환자의 상태는 매우 안 좋았다. 진정할 기미가 안 보이니 의료진들은 결국 강박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난 강박을 도와주는 동안 환자에게 병원에서 화내면 안 된다는 경고를 주었다. 동시에 그에게 다시 질문을 하였다.
“병원에서 화내면 돼요? 안돼요?”
황당하게도 그는 내 질문에 옳은 질문을 했다. 자꾸 화낼 때마다 병원에서 화내면 되는지 그리고 진료에 협조할지 계속 질문하였는데 예상과 다르게 옳은 대답만 해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강박을 끝내고 간호사 선생님께서 주사 하나를 놓더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잠들기 시작했다.
이 환자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음주하는 횟수를 줄이자.’였는데 이 환자를 보고 나니 보호자와 환자분 본인께 미안한 말이지만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할까… 그날은 진짜 너무 황당했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