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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Apr 17. 2024

보안요원을 하다 보면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

보안요원으로 일하게 된 지 어느덧 10개월이라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보안요원은 그저 출입관리와 안전에 신경 쓰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근무지인 응급실 특정상 내원객들에게 친절하게 응대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어이없게도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혜택이나 권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의료 파업으로 인해서 내원객들이 많이 줄어들어서 최근까지 사건이 많이 없었으나 기억에 남는 사건이 두 가지 정도는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파업이 시작하기 하루 만에 생긴 일이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교대하고 나서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임산부 환자가 왔었는데 보호자가 만취 상태여서 불편을 자꾸 준다고 진료센터에 못 들어가게 막아달라는 의료진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의료진의 요청을 참고하여 근무에 투입했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 보니 문제의 보호자가 온 것이다. 오자마자 환자의 진료 상황을 알고 싶다고 퉁명스럽게 요청했다. 나는 보안요원이고 의료진 하고 관계없는 업무를 하는데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그래도 우리는 의료진이 아니고 그저 보안요원이라 알 수가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드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의료진 쪽으로 연락해서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냐 난 여기 돈 내고 서비스받으러 온 사람이 아니냐고 계속 다짜고짜 따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참았을 수밖에 없었다. 괜히 여기서 나도 화내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민원이 들어올게 뻔했으니 일단 참고 기다려보라고 얘기했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음날에 출근인 사람이고 여기 오랫동안 있을 수 없다고 계속 화를 내는 것이다. 이 부분을 솔직히 말하자면 내원객 사정이다. 우리가 그 부분까지 배려를 해줄 필요도 없었고 이젠 하다못해 참지 못하고 홧김에 지금 설명을 드렸지 않았냐 이 정도면 싸우자고 하는 거 아니냐고 받아쳤다. 그랬더니 욕설까지 난무하면서 나한테 화를 내더니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서 경찰 부르겠다고 하고 그대로 경찰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았다. 여기서 제일 내가 느낀 점은 어딜 가나 친절하게 응대를 해줘야 하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만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무례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병원은 사람을 치료해 주고 살리는 곳이지 백화점이 아니다.


두 번째 사건은 그렇게 큰 사건은 아니었고 근무 도중에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달려가봤더니 원무과에서 주중에 처리가 가능했던 일인데 야간 시간대에 처리가 안된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면 단순히 진정시키고 답답한 마음을 공감했을 것이다. 다짜고짜 자기는 이 병원을 오래 다닌 사람이고 오래 다닌 만큼 그만한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신 있게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앞서 서술한 듯 병원은 사람을 치료해 주고 살리는 곳이다.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고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다른 내원객들의 불편을 생각하지 않고 소리치는 게 맞나 싶었다. 대화가 안 통하다는 점에서 화가 났었지만 오히려 불쾌함이라는 감정이 먼저 느껴졌다. 내 성격상 상대에 대한 예의가 없거나 공공장소에서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면 불쾌함이라는 감정이 먼저 앞서곤 한다. 근데 이게 보안업무를 하면서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뿐… 업무 특정상 감정을 숨겨야 하니 최대한 억누르고 내원객과 원무과 선생님의 싸움을 말리고 진정시켰다. 그랬더니 이제는 불똥이 나한테 튀기 시작했고 그 내원객은 손가락으로 내 몸을 찔렀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오래 다닌 사람한테 이래도 돼?”


이 문장이 끝나자마자 억누르던 불쾌함과 화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소리를 이렇게 질러도 되는지부터 시작해서 지적할만한 모든 행동들을 전부 쏘아붙였다. 그랬더니 그 내원객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한테 우기기 시작했으나 지나가던 본관 안전요원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사건은 일단락을 짓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민원이 들어와서 나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사표를 낼 각오로 내 행동에 잘못은 없다고 할 생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민원은 들어온 것은 없었고 조용히 끝났다.


갑질은 항상 특정한 장소와 시간이 정해짐이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서로가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면 생길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혹은 오래 이용해 왔다는 이유로 이해와 배려 없이 이기적으로 권리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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