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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Apr 20. 2024

파업이 시작한 이후의 보안요원

이번 이야기는 이번 사회의 이슈이자 민감한 부분인 의료 파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서술한다기보다는 파업 시작 후 근무하면서 느껴왔던 혹은 겪은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에피소드에서 서술해 왔지만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대학병원이다. 파업이 시작되면 신경 써야 하는 환자의 수는 적어지지만 대신 방문하고 문진을 보고 난 후 의료진 판단으로 인한 진료 불필요에 대한 컴플레인은 우리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타 병원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은 의료진 판단 하에 중증 환자(심정지, 의식 불명 혹은 과한 부상 등등)가 아니면 양해를 구하고 2차 병원 응급실이나 종합 병원 응급실로 안내하고 있다.


나는 파업이 시작되기 이틀 전에 본관 안전요원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파업이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시작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이전에도 의료 파업을 한번 겪어봤었기에 그때 처럼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함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번 파업은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내원객의 수가 대폭 줄어들어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근무자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하는 내원객들이 대폭 줄었다는 점에서 편했다. 하지만, 안일함과 느슨해지는 근무로 인해 대처 능력이 무뎌질 거 같은 걱정도 있었고 내 눈으로 직접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내원객에게 설명을 드리는 상황을 볼 때마다 하루라도 빨리 환자들이 마음 편히 진료받는 날이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초반에는 근무가 많이 느슨해졌지만 시간이 지나 길어지는 파업으로 인해 이제는 의료진 판단으로 진료를 못 본다는 양해를 구함에 있어서 컴플레인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보는가 하면 이제는 근무 투입하는 날에는 한 번은 꼭 보는 거 같다. 그럴 때마다 진료 전 문진을 보는 환자 분류소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소리나 큰 소리가 들려오면 신속하게 출동하여 중재시킬 준비를 하게 되었다. 파업이 점점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컴플레인이 들어오겠다 싶으면 신속하게 미리 대기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줄어드는 내원객과 느슨해지는 근무로 인해 지루함이 극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사실 근무자 입장에서는 방문하는 내원객의 수가 줄어드는 건 편하게 느끼곤 하다. 그러나, 너무 한가하면 그만큼 업무 효율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최대한 방심하지 않고 침착하게 근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진료를 못 보는 상황을 계속 보게 되니 당사자가 나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이 피해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하루라도 빨리 모든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날이 다가왔으면 하는 바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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