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하게 나누어져
흐르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도,
우주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결국에는 흘러갔다.
회색에 가까워 보이는 메마른 땅에서
때가 되면 싹이 트고,
잠시 팔린 시선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듯이—
‘괜찮음’은 겐트 그 자신이 느꼈던 괴로움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하게, 그리고 당연하듯 찾아왔다.
겐트 자신이 무언가 괴로움 속에서
특별한 능력이 깨어났다거나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납작 엎드린 채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모든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가슴 뛰는 순간들이 흘러가듯이
고통도 흘러가버렸다.
그는 견뎌내었다.
아니,
시간이 그를 통과하게 두었다.
정도와 성실, 생각의 검증에 등을 돌린
고통스러운 대가를 모두 치러낸 것이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그의 얼굴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만족스러운, 첫 한숨.
그는 그저,
여전히 숨 쉬고 있음에 감사했다.
불안과 걱정,
돈, 평판 같은 것들은
아득하게도 멀어진 느낌이었다.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전과 같은 괴로움이 사라진 것에,
그는 감사했다.
겐트는 깊은숨과 함께
글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지쳐 보였지만,
생기가 돌았다.
그가 앉은 의자 뒤,
침대에는 그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짐들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저녁 그는 카페에서 나와,
바다가 보이는 가까운 숙소에 자리를 잡고
밤의 천막을 주황빛의 바늘이
뚫어내기 시작하는 아침까지
글을 써 내려갔다.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건조해진 손끝에서
얼굴의 윤곽과 촉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노트북을 닫은 그는
자신의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셀 수 없는 걸음을 걸었지만,
그는 이제껏 그의 다리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 적이 없음을 생각했다.
기특한 그의 다리와 발가락을
잠시 움직여보며
깨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는 문을 열고 해변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그의 고민에는
어떠한 답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고민들은
그의 머릿속 대기열에
아득히 멀고도 먼 순서를 받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과 머리는
빛과 함께 떠오르는 바다의 끝,
그리고 미처 닿지 않은 음영들을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전히 그는 무엇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엇도 할 수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았다.
그의 목숨에 남겨진 시간을
채워주는 것으로 족할 것이었다.
그는 바람이다.
강물이다.
나무에 기대어
잠시 빛을 뿜어내고
사그라드는 불꽃이다.
그는 하수구의 쥐새끼였으며,
높이 솟은 절벽을 내려다보는 새였다.
그는 스쳐가는 생각이자 개념이고,
좌절하는 마음이자
영원을 착각하는 어리석은 열망이었다.
적어도 이 글이
그가 세상을 스쳐갔음을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