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테아의 슬픔
그는 나를 예술로 빚었으며
사랑으로 깎아 만들었다
생명을 빚어낸 재능에
여신마저 따뜻한 숨을 불어넣었다
나는 태어났다
그들의 축복 속에서
나비가 손끝에서 쉬어가고
풀잎이 어깨를 간지럽혔다
숲 속에서 나는 살아 있었지만
세상 속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지어준 이름은 있었지만
서명은 없었다
기억에는 남았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그는 사랑으로 나를 만들었고
그녀는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부르지 않았다
[갈라테아의 슬픔 작가의 말]
갈라테아의 슬픔은
신화 속 갈라테아의 시선을 빌려,
존재하되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생명을 얻은 창작물의 고통을 담아낸 시다.
피그말리온이 사랑으로 조각한 여인,
여신의 축복으로 생명을 부여받은 그녀는 분명히 살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피그말리온과 여신은 그녀에게 생명을 주었지만
그것을 증명할 권리까지는 부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상은 그녀를 ‘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존재’로 취급한다.
이 시는,
사랑과 창작을 통해 태어난 존재가
법과 제도의 부재 속에서 얼마나 쉽게 부정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는 감정과 혼을 지녔지만, ‘이름’은 있었어도 ‘서명’은 없었고,
기억에는 남았으나 기록에는 실리지 않았다.
나는 모든 글, 노래, 그림 같은 창작물은
창작자의 감정과 애정이 담긴, 일종의 관념적 생명체라고 믿는다.
그렇게 서사를 가지고 태어나 생명력을 지닌 창작물이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지 못할 때,
존재의 권리를 잃고, 사회 속에서 너무도 쉽게 지워질 수 있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이 시를 썼다.
갈라테아는 마치 출생등록되지 않은 인간처럼,
저작물로서 적법하게 보호받지 못한 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스스로가 세상 속에서 사라져 가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위기감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