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무엇인가
무엇은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인가는 무엇인가
생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생과 죽음은
어디쯤 손을 잡는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말하는 것은
듣는 것은
생각은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인가
눈을 닫으면
내가 될까
입을 닫으면
귀를 닫으면
내가
내가 될까
경험을 건저내면
세상과 등 돌리면
밝고 어둡고
화려하고 소박하고
만화색으로
단색으로
치장되기도
벗겨지기도
야속한 나의 몸은
나의 마음도 모른 채
보이는 족족
들리는 족족
족족 족족
세상을
흡수해 버린다
배알 없이 삼켜버리는
굶주린 육체를 향한
환멸
그것만은
작가의 말
이 시는 오랜 시간 나를 지배해 온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지배할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나는 경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가
이 질문들은 철학의 영역이라기보다 나의 일상이자 살아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시의 시작은 단 하나의 물음 무엇인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어떤 해답을 향한 길이 아니라
계속해서 던져지고 되돌아오는 순환하는 질문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존재 감각 인식 그 모든 모호함은
머릿속 개념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잠식해 온 생생한 감각이었습니다
나는 세상을 바라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감각과 인식은
육체라는 껍질을 가정과 사회 민족과 국가
나아가 인류라는 층위를 통과해야만 가능합니다
육체는 고유해지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으로부터 수많은 자극을 무방비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여과 없이 삼켜버립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꼈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 무방비함
정신의 주권을 침해당한 듯한 동물적인 수동성
그것은 내 존재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저항이자 슬픔이었습니다
경험을 덜어내면 세상과 등 돌리면
이 물음들은 곧 순수한 나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감정도 선택도 외부 자극과 기억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면
나는 나일 수 있을까
내가 내가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나를 믿고 선택할 수 있을까요
시의 끝에서 나는 결국 이 모든 것을 포용하지 못한 채
환멸이라는 단어에 나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환멸을 느끼는 그 감정 자체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일지도 모른다고
우리의 마음과 몸은 늘 어긋나고
생각과 현실은 충돌하며
의지는 육체의 굶주림 앞에서 무너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너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존재들이 아닐까요
자신을 찾고 자신을 부르짖는 그 목소리를
끝내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시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 답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자 쓴 것이었습니다
끝내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질문을 이어가는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