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의 속도계가 솟구쳤다.
무언가가 지구를 향해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클라크 겐트.
그는 방금 막, 그립톤에서 떠나왔다.
그는 누구의 손에 떠밀려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은 애정과 온기가 넘치는 집에서
연민과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제 발로 나왔다.
“해방감.”
우주선이 사출되자,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가 깊게 들이마신 숨을 내쉬자,
가슴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렸다.
해방감이 그의 혈관 속 관광버스를 타고 흐르는 기분이었다.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우주선이 이내 궤도에 올라 안정되자,
그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해냈다.”
이전에도, 오늘과 같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들었었다.
그러나 정말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따금 그는 가슴을 찌르는 알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무언가, 그의 배꼽 안에서 정수리를 향해 창을 찍어 올리는 느낌.
그럴 때마다,
방과 침대가 낯설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 심할 때는,
누군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 소리는 물안개였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감각을 붙잡아두려 하면 할수록 희미해졌다.
손끝에 스칠 때마다, 사라졌다.
그럴 때마다,
그는 떠나지 말아야 할, 떠나지 못할
부질없음의 160가지 이름을 읊어댔다.
별거 없으리라.
그렇게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그 통증과,
머릿속을 부유하는 속삭임이
그를 헤집고 다니도록 충분히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떠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고향과 집에서만 지낸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그는 친구들과,
그리고 이후에는 로이사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그가 해낸 것은,
거짓된 이유 없이, 아무런 보상 없이,
그리고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고 떠난 것.
그의 육신과 영혼을 온전히 싣고 떠난 것.
그가 향한 곳은, 바다였다.
지구의 깊고, 고요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