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Depart, Yet Lost

by 잊숙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우려했던 우주 눈보라도 이미 지나간 뒤였다.


오히려, 매캐한 가스와 먼지들이 말끔히 씻겨나간 우주는 맑게 어두웠다.


“역시.”

그가 예상한 대로, 불안은 기우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알고 있었다.

때로는 그의 불안이 그를 지켜준다는 것.

운이 좋아 피해 갔을 위험들이, 사실은 그의 불안이 막아준 것들이었음을.


그는 알았지만, 가슴 한구석은 반항심으로 뜨거워졌다.


기분 좋은 해방감은 이제 많이 가라앉았다.

그는 지구에서의 미래를 떠올리려 했으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의 생각이 육상 선수라면, 방금 경기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는 라커룸에서 냉찜질을 하며, 코치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비록 코치가 그의 귀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는 탓에 전혀 쉴 수 없다 하더라도)


그는 아직,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다.

아니, 자신조차 믿을 수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혹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바다로 향할 뿐.

그 이후는 알지 못했다.


우주는 너무나도 넓었지만,

지금 당장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그가 타고 있는 하얀 우주선 좌석 정도가 전부였다.


그는 풍랑을 맞은 배의 선장이었다.


문제는, 그 배에는 선원이 없었다.

오직 그 혼자서 배를 몰아야 했다.


그리고 누군가.

‘인생’이라는 이름의 장난꾸러기가 그의 눈을 검은 안대로 꽁꽁 묶어 놓았다.


그는 알지 못했다.

풍랑이 언제 끝날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심지어, 그는 그의 배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움직이는 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 배에는 아무도 타고 싶지 않으리라, ‘인생’ 그 자신이라도.


우주선 뒤로 저무는 태양계의 해가 마지막 빛을 남겼다.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지만, 그의 눈앞은 여전히 깜깜했다.


그립톤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곳에는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원하는 만큼 잘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자아는 싸구려 인터넷에 연결된 웹사이트 같았다.


흐리고, 깜빡거리고, 절대 로딩이 완료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