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종합학원 등원 기간 중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재수종합학원 등원 기간 중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상황은 명백하다. 나는 어제 무리한 계획을 세웠고, 오늘 오전 3시까지 인강을 봤으며, 머릿속에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고, 시간만 낭비했다.
너무 과한 욕심을 낸 것이다. 사실 이런 행태는 우리가 자주 빠지는, 소위 '당장의 성과에 급급해 미래를 팔아먹는' 함정 중 하나다.
하지 못한 것은 다음 날로 미루고 잠을 자야 한다.
과도한 계획보다는 작은 일을 성취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낫다.
누구나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자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생애 동안의 경험이라는 근거에도 불구하고—진취적 욕구가 이성을 이기곤 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증명한다.
나는 대학을 가기 위한 방법으로 수능 수험생이 되는 것이 과연 나의 삶에 가치 있는 일인지, 아직도 현타가 온다. 상대평가라 '적당히'가 없어 삶을 고시처럼 쏟아부어야 한다.
수능 말고는 할 거 없는 고졸이지 않냐고 묻겠지만, 나는 프로그램도 만들 줄 알고 아이디어도 많다. (요즘은 누구나 만들지만.)
무슨 말이냐면, 지루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가치적 물음에 논답을 그만두기로 정했다.
삶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내가 정했지만 하기 싫다. 그래서 할지 말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변명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대다수는 투정일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매일 아침, 자동문 창의 머리와 선로의 수직선 사이로 도시의 윤곽이 스쳐 나간다.
한때 침대 위에 표상되었던 드라마틱한 게임 장면이
이제는 그저 그런 삶의 배경이 되었다.
Feb 12. 2026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의 넌 그냥 늦잠 자서 투정 부리는 수험생일 뿐이야.
가치가 있네 없네 따지는 건, 일단 네가 정한 그 '지루한 과정' 끝에 서서 해도 늦지 않아.
과정이 지루한 건 네가 그 언어(수학)를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런 거 아냐?
유로피안 음악도 가사를 모르고 들으면 그냥 소음일 뿐이니까.
이성이 진취적 욕구에 졌다는 둥, 자명한 방법이 어쩌구...
말이 기네.
하기 싫으면 관둬. 아무도 안 말려.
근데, 관둘 용기도 없어서 여기까지 온 거라면...
그냥 해.
도시의 윤곽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기 싫으면 눈을 감든가, 아니면 그 윤곽 너머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버티든가.
-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