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여름방학

by 오늘핌

그렇게 점점 교회에 질려가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사건이 다가왔다.

중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앞두고, 목사님이 엄마에게 금식기도원에 가서 기도에 몰입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신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아빠의 여름휴가에 맞춰 경상도 어느 시골에 있는 기도원에 입소하게 되었다.

기도원에서의 하루는 단순했다.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어서 하라는대로 하고 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있었다.


어렸을때는 워낙 입이 짧아서 이틀 단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육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과 소금은 먹을 수 있었기에 몸에 무리도 오지 않았고,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 마냥 몸의 노폐물이 빠지고 위장을 쉬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공허하고 아주 약간 피폐했던 것 같다.

최대한 뇌를 빼고 생각을 안하려고 해서 엄청 우울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나 목사님이 시켜서 하는 청력 회복을 위한 기도는 여전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방언을 받아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는데, 글쎄 방언이라는 것이 내가 받고 싶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과의 교감을 통해 은혜를 받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언어라고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방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진지하게 기도에 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보였나보다.


하여간 기도원에서의 대부분의 일과는 기도, 찬양, 설교, 성경읽기와 같은 형태였는데,

그 중 특이했던 프로그램이 일명 '귀신쫓기'였다.

혹여 사이비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하지만, 이 기도원과 우리가 다니는 교회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이며 지극히 정상적인 교회였다.


귀신쫓기는 몸에 귀신을 비롯한 나쁜 기운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온 몸을 두드리며 부정한 기운을 쫓아내는 의식이였다.

기독교에서는 귀신,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니까 뭐 그럴수도 있겠네 싶었지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무속신앙과 뭐가 다른 것인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 의식의 첫번째 타자는 엄마였는데, 아니나다를까 엄마는 아주 깨끗하다고 하여 바로 통과되었고, 두번째로는 아빠였는데, 그 사람이 말하길 아빠는 속이 화가 많은 타입이고 이 분노가 표출되는 것은 속에 고양이 귀신이 있어서 그렇다며 이를 퇴치해야한다고 진단했다.


그러고는 곧장 양반자세로 앉아있는 아빠의 어깨를 한 5분 넘게 엄청 두들겨대더니, 이제 퇴치가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아빠는 치료를 받은 셈이다.


그리고 오빠와 나는 딱히 귀신이 있다는 표현을 쓰진 않았는데, 눕게 해서 온 몸을 두드렸다.

두드린다는 표현은 유한 편이고, 마구잡이로 때렸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때리는 사람도 헉헉거리며 힘들 정도로 우리 남매에게 10분 넘게 마구잡이로 힘을 가했고,

나는 너무 아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오빠도 참았고, 도저히 아프다고 그만해달라고 할 분위기가 아니라 눈물을 겨우 삼키며 치료를 마쳤다.


마지막날 밤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졌는데, 엄마는 우리 남매에게 '빗소리가 들리니?'라고 하셨다.

우리 숙소는 컨테이너로 지붕이 가까워 빗소리가 세게 들렸다고 하지만, 잘때는 보청기를 빼고 자서 우리 남매는 그닥 빗소리를 느끼지 못했고, 엄마의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날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우리 남매를 보며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잠들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 기도원에 온 것일까?

기도원에서 금식을 하고 기도를 하고 이상한 의식을 체험하게 하면 우리의 청력이 나을거라고 믿었을까?

아니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다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이 일에 대해서 얘기한적이 한번도 없다.


성인이 된 지금, 아이를 품은 지금도 나는 엄마의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세대 차이인지, 믿음의 차이인지, 교육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이상한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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