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자녀

by 오늘핌

아직은 이른 고민이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교육을 하고 어떻게 훈계를 해야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육아관은 자연스레 친정부모님의 육아태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본인이 좋은 영향을 받았다면 유사한 방식으로 육아를 할 가능성이 크고,

나쁜 영향을 받았다면 그와 반대의 방식으로 육아를 하게될 경향이 높다고 한다.


또한 부모의 육아방식이 싫어서 반대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가장 싫어한 방식이 자신도 모르게 본능처럼 나오기도 한다고 하니 항상 경계해야 겠다.


나는 어떤 경우일까? 당연히 후자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엄마는 감정 기복이 매우 심했고,

내가 특별히 큰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심한 말과 욕설, 체벌로 나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다.

하도 공포감을 느껴서 이때 쯤에는 엄마가 괴물로 변하는 꿈을 자주 꿨다.


엄마는 항상 '내 딸' 이라며 뭐든지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어 했고,

좋지 않은 경험이 쌓여가며 어린 마음에도 엄마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듯한 태도를 느꼈다.


나는 초등학생 때는 매우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친구를 사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친구들한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쑥쓰러웠고, 그들도 그닥 나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새학기 첫 날 담임선생님은 나를 교단으로 불러 '여기 이 친구는 귀가 좀 잘 안들려' 라는 식으로 나에 대해 몇마디를 했었고, 다들 어떤 반응없이 침묵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다른 아이처럼 앉아 있는 입장이었다면,

담임이 처음보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소개하면 무미건조한 반응일 것 같았다.


딱히 어떤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여도, 그렇다고 무조건 선의를 베풀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삼기에도 이상하다.

아직 알지도 못하는 사이니 무심하게 '그래서? 아 그렇구나~' 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고 기가 죽었던 것 같다.


아마 그건 내가 처음보는 사람들 앞에서 벌써 '도움이 필요한 아이', '나와는 다른 아이'. '정상과는 거리가 먼 아이'라고 나 스스로 이미 낙인을 찍었고,

그 사람들도 으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나를 더 작아지게 했던것 같다.

전형적인 피해망상 환자 마냥.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학교에 가기 전 이런 상황에 대해 나에게 미리 설명을 하거나,

내가 받을 느낌이나 감정에 대해 아무런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기에

이 상황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엄마는 이후 학교에서 가정환경에 대해 조사할 때면, 오빠도 청각장애라고 적어서 내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한명도 아니고 둘이나..' 하며 혼잣말로 오빠에 대핸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고 적어 줬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고 쌓여, 학창시절 내내 나는 사람들 앞에 공개적으로

나의 장애에 대해 먼저 밝히는 것이 부끄럽고, 불리한 일이라 교실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약자로 찍혀 괴롭힘을 당할 수 있겠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래서 남들과 최대한 비슷해지려고, 어떻게든 숨기기에 급급했었다. 물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한편,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할 때, 부모님도 건청인이라 한번도 그런 불편한 상황에 놓여보인적이 없어 본인 스스로도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성인이고 나보다 힘이 있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지 않는가.

모든 것에 부모님의 탓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나라면 자식이 나와 다른 어떤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종교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어느 전문 기관에 청각장애 아이 양육 관련 교육을 받거나, 관련 책을 읽거나, 어떤 자료를 찾아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어떤 사정으로 그러지 못했다.

그러지 않아서 우리는 커갈수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주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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