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렸다고 믿으며 살아온 시간들(2)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까지

by 느린 마음

1편 요약)

어릴 때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말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신념을 틀렸다고 했고, 나는 점점 침묵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스타트업에서도,
내 생각은 자주 무시당했고 결국 나 스스로를 부정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그냥 틀렸다고 믿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들은 나를 틀렸다고 한 게 아니라,
그들 안의 기준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다르다는 것은 결국, 각자가 처한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의 경험과 언어로 세상을 보고 있었고,
그들도 그들만의 프레임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 내가 느껴온 감정들,
그 모든 것이 단지 ‘이상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확신
“내가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 작은 자각이 나를 무가치함에서 벗어나게 했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 부른다.
리처드 니스벳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하기 위해
자신이 익숙한 관점으로 빠르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타인의 세계를 낯설게 보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비논리적’ 혹은 ‘틀린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그동안 겪었던 많은 일들이 선명하게 연결되었다.

타인의 냉소와 단정,
그리고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내 안의 자기부정조차도
어쩌면 나와 그들 모두가 ‘인지적 구두쇠’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 나는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조금씩 건강하게 대화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내 입장을 설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론 충돌하고, 때론 조율하는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점점 나를 신뢰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지금도 누군가의 단호한 말 앞에서 움츠러들고,
내가 느낀 것을 설명하지 못할 때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 네 안의 목소리는 뭐라고 말하고 있어?”

나는 이제 그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보고 싶다.
그 목소리를 지우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혹시 지금도,
스스로가 틀렸다고 믿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
그건 틀림이 아니라,
아직 자신의 기준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되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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