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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드로 May 12. 2024

INFP의 감정 흘려보내기 연습

감정을  잡고 사는 것보다 흘려보내는 게 더 어려운 나 새끼....

울웨이브아트센터에 매주마다 출근한 지 이제 3주째,


오늘은 버스에서 나올 듯 나오지 않는 눈물을 참으며 먹먹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여기까지 왔다.


내 감정을 글로 적으려고 하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별해서 힘든 감정에 둘러싸여 사는 걸까.


내 브런치에는 내가 경험하며 얻은 지식과 삶에 대처하는 방법을 적으려고 했는데, 점점 나 힘들어... 제발 누가 좀 도와줘,라는 글이 되어가는 것이 두렵다.


버스에서 그런 생각도 했다. 나는 어떤 관에 갇혀서 제발 열어달라고 발악하는 기분인 것 같다고.


아무리 열어달라고, 제발 열어달라고 악을 쓰고, 손으로 밀고, 발로 차고 해도 관은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죽지도 못한다.


차라리 관에서 죽는다면 그저 관에 묻힌 한 사람이 될 텐데, 그 안에서 죽지도 못하고 있다.


관에 있다는 생각을 멈추고, 잠시 이어폰을 빼고 세상을 마주하면, 모든 것이 얼어붙고, 어딜 가나 날카로운 얼음의 조각들이 날 향해 뻗어있는 듯한 기분이다.


얼음의 조각들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 와 더불어 내가 저지른 실수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사람 못 만날 것 같다는 공포.


언젠가는 그 얼음들이 녹아서 메마른 땅에 물이 흘러 녹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날카로운 얼음들은 날 더 옥죄어 오는 기분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감정을 흘려보내는 방법은 모릅니다.


감정을 과거에 놔두고 오는 법도 몰라요.


근데, 이건 알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삼키는 방법은 알 것 같아요.


우리가 무언가를 먹기 전에 냄새를 맡고, 꼭꼭 씹어서 먹잖아요.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 살펴보고, 가끔을 삼키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먹는 순간에도 속이 메스껍고, 먹고 나서도 토할 것 같고 그러지만, 결국 소화가 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지듯이, 감정도 그러지 않을까,라고 생각돼요 저는.


물론, 그 감정이 어마어마하게 오래가는 경우도 있죠.


감정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건 삼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일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에 대한 기억은 우리가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죽는 그날까지, 영혼이 있다면 죽어서도 기억하겠죠.


삼키지 못하는 감정을 대하는 단 하나의 방법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삼켜지지 않는 감정을 삼키려고 부단히 애를 쓰던가, 아니면 어디 창고에 처박아두고 제 기억에서 멀어지길 바라던가, 아니면 그 감정을 매일매일 마주하고 감정을 점점 소멸시켜 나가던가.


감정을 소멸시키는 방법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이별을 했고, 이별하기 전에 그 사람은 조금 더 생각해 볼 시간을 저에게 줬어요.


그때 당시 그 사람의 심정을 모르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랐을 수도 있죠.


저는 그 기간 동안 스터티카페에서 프로그래머 공부도 하고, 제가 그 당시에는 가고 싶었던 유학길도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때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났어요.


아직 성인이 되기 전,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한 친구였어요.


그 친구를 보러 가기 위해 전 유럽까지 갔고, 결국 만나지 못했어요. 저의 어리숙함으로 인해.(굉장히 순화한 표현이에요. 그 사람은 "이 새낀 뭐지?"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아마.)


그 이후로 저는 전 여자친구를 만났고, 5년 동안 행복하게 지내왔어요. 가끔 그때 좋아했던 그 친구는 뭐 하고 지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죽기 전에는, 어쩌면 죽어서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인생은 모른다고 하는 말이 정말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공부를 하던 스터디카페는 원래 그 친구와 처음 만난 학원이 있던 자리였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10년이 지나서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거죠.


심장이 뛰고,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뭐지? 이건? 개꿀잼 몰카인가? 아니면 이건 꿈인가?


저는 그 친구를 알아봤지만 그 친구는... 모르겠어요.


저는 우연히(?) 그 친구와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는데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어요.


이게 감정을 소멸시키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10여 년 전, 그 친구를 생각하던 그 시절의 감정이었다면 저는 결과와 어떻게 되든 그 친구에게 말을 걸었을 거예요.


8년,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앞에 결국 제 감정도 어느 정도 소멸된 거죠. 물론 그 당시에는 제가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어느 정도 윤리적인 선을 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요.


시간, 결국 감정을 소멸시키는 방법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그 시간의 양은 다르겠지만 저는... 10년 가까이 걸렸네요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을 어느 정도 끌어내리는 데에.


큰일 났네요.


사귄 것도 아닌데 이 사람을 정리하는데에 10년이 걸렸는데, 전 여자친구를 잊는 데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감도 안 잡히네요.


전 판타지 소설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가끔 망상을 해서 제가 영원히 산다고 해도... 저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을 어떻게든 흘려보내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연습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려고 하는 느낌이라, 저는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시간에 맡겨보려고 해요.


시간은 모든 것을 풍화시키고, 결국에는 제 존재까지 소멸시키는 법칙이니까요.


글이 너무 신파(?)적으로 쓰였는데, 다음 글은 조금 더 정리해서 써보려고 해 볼게요.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너무 힘드신 분들은 감정을 지켜보기도 해 보고, 있는 힘껏 느껴보기도 하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시간에 맡겨보기도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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