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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드로 May 18. 2024

나는 오늘도 자살을 생각했다(1).

삶의 의지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python, nilearn, functional connectivity, covariance, t-test.... 내가 연구실에 출근하면 보게 되는 단어들이다.


내 연구실에서 나는 뇌의 영상이미지를 토대로 질병을 진단하는 모델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지금은 인턴을 작한 지 꽤 되었는데 그 어떤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고, 제발 누가 날 좀 죽여달라고 속으로 수천번도 더 소리치며 살아간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을 타다가 어떤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갔는데, 저 사람이 칼을 꺼내서 날 찔러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내 이런 상황을 보고 "아이고, 너 정말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구나, 약을 먹어보렴"이라는 소리를 지껄일지도 모르겠다. 만일 누가 그런다면 그냥 꺼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지만, 나한테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누가 내 감정상태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그 사람도 자살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것 같다.


이별했으며, 자리는 잡지 못했고, 기껏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연구소에서 하는 연구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잘하는 것도 없고, 앞으로의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것 같기에 나는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다.


그런데, 죽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지옥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밤에 운동을 하다가 집에 돌아올 때, 혼잣말로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는데, 차분해진 나는 나에게 말을 건다.

왜 살아있느냐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거냐고.


나는... 모르겠다라고 답한다.


차라리 작년, 재작년처럼 수의사가 되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았을까.


이제는 너무나 높아져버린 벽이라고 느끼고, 나는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기에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도저히 행복해질 자신도, 행복해지고 싶지도 않다.


다른 사람들은 뭔가 로봇 같고, 나 같은 감정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얼마 없는 것 같다.


나도 안다, 지금 내 상황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는 추락사는 무서우니까... 차라리 목을 찌르고 피가 뿜어져 나오게 놔두고 죽자.라고 생각하며 인터넷으로 단검을 검색한 적도 있었다.


뭐랄까,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트북에는 유서까지 써놨었다.


지금 내 상태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내가 알기에,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그래도 마지막 말은 남겨야지 라는 생각으로 노트북 메모장란에 고이 적어놓았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남들이 보고 너 정말 힘들겠구나 라는 어쭙잖은 위로를 얻고자 적는 것이 아니며, 내 감정을 정리하는 수단이다.


이렇게라도 정리하면 그나마 나아질 줄 알고 적었는데, 딱히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아 더 슬프네.


지난주가 정말 우울했고, 이번주 금요일에는 좀 살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우울함의 늪이 날 집어삼켰고, 당분간 날 놔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위로글은 삼가주시 길 바란다.


그대들은 내가 되어본 적도 없고, 물론 나도 그대들이 되어 본 적이 없으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오늘도 죽음만이 내 삶의 구원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다음 주에는 어떤 상태로 글을 쓸지, 아니면 더 이상 글을 못쓰는 상태가 될지 궁금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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