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뭘 바라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2024.05.23, 내 생일이다. 이예준 님의 니 번호가 뜨는 일을 프로필 뮤직으로 해놓고 연락이 오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전 연인의 연락을 기다렸다. 물론... 오지 않았지.
참 신기하다. 전 연인이 미칠 듯이 그립다가도 카페에서 사람들을 지켜보면 내 이상형(?)과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이랑 연애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본능...인 건가.
어쨌든, 전보다는 점점 나아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 희망과 절망사이에 있는 그 실마리를 놓지 못했다.
이제는 저주라고 느껴질 정도다.
앞으로 몇 년 동안 힘들지 모르겠다.
아, 친한 친구가 자기 주위에 소개팅 받고 싶어 하는 사람 있는데 정상인이 나밖에 없다며 한번 물어본다고 했는데 잘 되었으면....
그 사람과 다시 만나거나, 아니며 그 사람과의 모든 기억이 지워졌으면 한다.
그러면 아직까지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아직까지도 출근길이 힘들고, 힘들 때마다 전부 내 잘못으로 헤어졌다고 생각이 되니, 힘듦이 두 배가 되었고, 원인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해서 괴롭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잠자리에 들면 온갖 죄책감이 날 감싸고 죄책감을 더는 방법은 원인을 해결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날 감싸고 여러 가지 다른 일을 알아보다가 지쳐 잠이 든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안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는 와중에는 좀 기분이 나아진다.
나만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나는 개발자를 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고, 사람들도 오? 너 정도면 괜찮은데?라는 평을 들었지만, 나는 혼자 공부를 마치고 오는 길에 개발 생각만 하면 헛구역질이 나오는 걸 보고 그만두었고,
그 과도기에 수의사라는 꿈을 꾸어 헤어졌으며,
내가 지금 당장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사회인으로서 1인분을 하기 위해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석사를 마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에 나는 아직도 두렵다.
32살이 되어서도, 내가 취업을 하지 못할까 두렵고, 설령 취업을 한다고 해도 나는 이언 컴퓨터 관련된 일이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더 우울하다.
그 우울의 늪에 한번 들어가 보았는데, 그 안에는 더욱 어두운 심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좀 더 계획적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6시 기상, 7시 출근, 6시 퇴근. 퇴근 후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오늘도 양재역 출근길에서 그 사람 생각이 났고, 다른 사람의 품 안에 있을 생각을 하니,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왔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좀 나아졌다.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무연대면불상봉(无緣對面不相逢)
"인연이 있으면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게 되며,
연이 없다면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만날 수 없다."
연이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내 영혼은 연이라는 실이 세상에서 가장 얇더라도, 아직은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