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흑백사진

by 제니스코치

[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자기 사랑 둘 - 내 마음의 장단에 맞춰 춤춰라"를 읽고 적은 자기 사랑 노트입니다.


엄마가 되고는 잘하는 일이 없어져 버렸다.


첫 아이를 낳고 얼마간은 괜찮았다. 순한 아기는 엄마가 정한 시간표대로 잘 먹고 잘 자는 아기였으니까.

문제는 둘째가 태어나고부터였다. 두 아기들은 번갈아가며 울었고, 또 둘이 한꺼번에 울기도 했다.

한 손으로 신생아를 안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첫째 밥을 만들었다. 둘째 모유수유를 해야 할 때는 첫째가 울면서 "엄마, 가지 마~" 하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첫째랑 놀아주느라 배가 고파진 둘째는 내 귀가 찢어질 정도로 울었다.


아이들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치는 것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엄마가 되고는 잘하는 일이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았고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니까 원하지 않아도 했어야 했다. 집 안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집 안일을 하면서 얻는 건 없었지만 그냥 당장 눈에 보이는 더러움이보기 싫어서 청소를 했다.


잘하는 일이 생기고 싶었다. 나도 매일 같이 '오늘은 어떤 일을 하며 나 자신을 뽐내볼까?' 하며 출근을 하고 싶었다.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서 '역시 내가 아니면 어쩔뻔했어?'라고 자만도 하고 싶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 탓, 매일 늦게 퇴근하는 남편 탓을 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렇다고 생때같은 아이들을 두고 커리어를 이어가겠다고 워킹맘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이때였다.

어쩌다 본 거울 속의 내 얼굴은 흑백사진 같았다. 색채도, 표정도 사라진 채 무채색의 하루를 버텼다.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모든 기억이 회색빛으로 번져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2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