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로서 브랜드가 되다

by 제니스코치


엄마성장연구소 김수경작가님의 글 "성장은 내 삶의 주체로 살 때 시작된다."를 읽고 영감을 얻어 쓴 글입니다.

https://m.blog.naver.com/moms_growing_lab/221326724422



“선생님, 제가 책 한 권 소개해드려도 될까요?”


집에 가려고 가방을 챙기던 나에게 단골 카페 사장님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사장님은 내가 영어강사 일을 한다는 걸 알고는 언제나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셨다. 북카페처럼 책이 가득한 공간, 책을 매개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그곳은 이상하리만치 독서 몰입이 잘 되는 장소였다. 읽다 만 책이 궁금해 다음 날 또 서둘러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책이요? 너무 좋죠!”

“어... 이 책이에요.”
사장님은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제목을 말해주었다.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 엔절린 밀러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사장님, 혹시 제가 요즘에 글 쓴다고 말씀드린 적 있나요?”

“글이요? 아니요!”
“요즘 제가 완전 이 주제에 빠져 있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어요. 좋은 엄마인 줄 알고 15년을요. 이런 얘기... 저희 나눈 적 진짜 없었나요?”
“아뇨, 전혀요~”

사장님도 팔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소름 돋아요. 어제 60 넘으신 단골손님이 저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시길래... 너무 좋다고, 엄마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생님 얼굴이 딱 떠올랐어요. 그냥 저도 모르게 갑자기요.”

그 단골손님의 말만 듣고, 내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엄마’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를 만큼, 이미 ‘엄마’라는 이미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 건가? (그리고 그 60 넘으신 손님은 나의 귀인이라도 되는 걸까?)


나는 오래도록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 했다.

내 이야기를 전하고, 나를 알리고, 더 높은 곳에서 “여러분, 여기 나를 올려다보세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잘난 사람, 더 똑똑한 엄마, 더 인정받는 딸이자 며느리, 더 성공한 영어강사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가진 정답이라고 믿었고, 그 정답이 내 ‘브랜드’가 되고 나를 빛나게 해 줄 거라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엄마라고 말하는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는 이미 완성형 엄마라 생각했으니까.


“잔소리 없이 상위권 아이로 만드는 법”
“일하는 엄마가 아이도 잘 키운다”

"사춘기 아이들과 이렇게 대화하세요"

이런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수없이 썼었다. 그러다 누가 볼세라 새벽에 이불킥하며 삭제하기도 했고,
한 번씩은 ‘내가 뭐라도 된다고 이런 글을 써’ 하며 부끄러움에 노트북을 덮은 밤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내가 쓰는 글, 이전에 나라면 오히려 더 꽁꽁 숨기고 감추고 싶은 비밀 같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써 내려가고 있다. 너무 감추고 싶어서 40년이 넘도록 나 자신에게도 숨겼던 내 상처와 외로움, 딸을 사랑하는 완벽한 엄마라는 가면을 쓰고 그 안에서 불안에 떨었던 나의 모습, 나의 그림자를 조용히 따라오던 내 딸의 모습을 마주한 날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썼던 나의 비밀이야기들을 말이다.


숨기고 싶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어딘가 나와 같은 가면을 쓰고 울고 있을 엄마들이 있다면, 아슬아슬한 밧줄 위에 올라서서 "여러분! 여기 완벽한 엄마인 나를 보세요!"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바로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제 막 나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회복의 단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진짜 나로서 살아가는 길 위에 섰더니 나의 브랜드가 선명하게 보인다.

바로 내 삶, 그 자체가 내가 되는 것이고, 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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