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자기 사랑 셋 - 내 안의 장애물을 제거하라"를 읽고 적은 자기 사랑 노트입니다.
나는 아빠의 기쁨이다.
아빠는 나에게 쓰는 편지 끝에 자주 "너가 태어나기 전부터 널 사랑한 아빠가"라고 써주셨다.
마흔이 넘은 내가 몇 시간을 떠들어도 아빠는 자리를 뜨거나 말을 끊지 않고 내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신 채,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듣듯 경청해주신다.
내가 태어났을 때의 일화도 수도 없이 들었다. 진통이 와서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빠는 엄마에게 "이번에 꼭 딸 낳아야 돼. 무조건 딸이야!"라고 하셨다고.
많은 딸들이 그렇듯 나도 아빠랑 결혼하고 싶었던 딸이었다.
나에게 아빠는 언제나 YES맨이었고, 내가 무엇을 하든 "아빠가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건데, 네가 하다니. 딱 아빠 같네!"라며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셨다.
제주도에 와서 지내는 나의 모습도 꼭 아빠 같다며 엄지 척을 날려주신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딸이다.
엄마는 다 큰 나의 아이들을 아직까지도 살뜰하게 돌봐주시고, 가족들이 밥을 먹을 때에도 주방에 서서 마지막까지 음식을 살피시다가 모두 식사를 마친 후에야 다른 자리 다 놔두고 모서리 자리에 앉으셔서 남은 반찬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신다. 엄마는 이번에 제주도 우리 집에 오셔서도 계시는 내내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하셨고 나의 살림을 재정비해주시면서 자신의 쓰임을 느끼셨다.
“화장실 반짝반짝 한거 봐라. 엄마가 화장실 청소 다 했어. 이불 봐. 너는 빨래를 어떻게 하는 거니? 이렇게 하얗게 빨아야지." 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에게 화장실 청소도 이불 빨래도 미리 내가 다 해놓았다는 건 비밀로 했다. 그리고 어딘가 허술하고 빈틈이 가득한 딸이 되어 헤~ 하고 웃었다.
“이상하네~ 내가 빨면 이렇게 안 되던데? 엄마, 어떻게 하는 거야?”
부족하고 헛똑똑이인 나는 조금 다른 의미로 엄마의 기쁨이 되어 늘 엄마에게 감사하고 미안해한다.
“저는 늘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독립심 강한 사람이에요. 돌이켜보면 못 이뤘던 것도 없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요.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제가 제 삶을 위해 살기 때문이에요.”
최근까지 내가 형용한 나의 모습이었다. 여기에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좋은 엄마,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인생을 위해 열심히 사는 여성, 부모님의 자랑, 다른 엄마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는 추가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다 말해야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그 타이틀을 위해 진실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었다.
[더 원트 카드]의 "불안" 카드는 영락없이 나였다.
가슴속에 여러 가지 가면을 들고, 슬프게 울며 희미하게 웃고 있는 나.
카드를 처음 봤던 그 순간에는 딸과 나의 관계에서만 국한되어, 딸을 위해 희생하고 슬픔을 감추는 나의 모습이거나, 딸의 행복과 편안을 위해 늘 불안해하는 나라고만 생각했다.
하나의 글이 마치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된 것처럼, 나의 인생이라는 퍼즐판 위에서 자리를 맞추고 나니 이제 완성된 그림이 보인다.
나는 불완전하고 결핍이 가득한 아이였다.
내 자신이 1순위가 되어 똑부러진 아이인 줄 알았지만, 나는 가족의 행복과 품위 유지를 위해 나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엄마앞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감추고,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딸이 되어 엄마와의 관계의 끈을 더 단단히 조여매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속으로는 가족을 돌보는 책임감 강한 아이가 되었고 외로웠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그렇게 사는 역할을 선택했다.
감사한 깨달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나의 큰딸이 나와 똑같은 길 위에서 나를 보며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엄마랑 똑같네! 엄마도 딱 그랬어. 엄마가 다 알지~”
“어휴~ 너는 엄마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근데 걱정 마. 엄마가 다 해줄게.”
똑부러지고 자존감 높고, 남들에게 자랑만 하고픈 내 딸이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대상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뒤를 돌아본 나는 딸과 눈이 마주쳤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앞서 적은 네 편의 글들이 모두 하나를 말하고 있었다. [자기사랑 노트] 책의 챕터에 맞춰 글을 적었을 뿐인데, 마치 각본이 흘러가듯 지금의 이 생각까지 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