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린 나

엄마를 바라보던 열 살의 나에게서 시작된 이야기

by 제니스코치

알 수 없는 마음으로 집으로 걸어오던 길이었다. 카드의 그림이 계속 떠올랐다.
그 그림을 보고 떠올랐던 나의 생각은 뭘까?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오래전의 나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중학생이 된 오빠가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을 베란다에 서서 지켜보는 엄마.
그리고 멀리 떨어진 집 한켠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열 살쯤의 나의 모습.

어둑한 집 안의 색깔이었지만, 엄마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는 나의 얼굴이 생생하게 느껴지다 못해 내 마음에 확 꽂히는 기분이었다.

‘왜 지금 이게 떠오르지? 40년 넘도록 살면서 이 장면이 떠오른 적이 없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눈물이 철철 흘러내렸다.
집으로 걸어오던 길 위에서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마음이었다. 너무 서럽고 너무 슬펐다. 엄마를 바라보던 어린 나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틀 뒤, 우연히 동네에서 루시님을 만났다.
“루시님! 저 정말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나는 신기한 경험에 대해 루시님에게 말했다.

“제니스님, 정말 짧은 시간에 엄청난 경험을 하셨네요. 사실 저번 만남 이후로 제니스님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해하시거나 ‘아닌데?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런 말을 해?’라고 생각하기도 해서요. 그런데 제니스님에게 떠오른 생각을 이렇게 스스로 꺼내셨다는 게 대단하세요!”

“정말 신기해요. 제가 평생 살면서 엄마에 대해 서운했던 적도 없고, 엄마를 원망하면서 외롭게 자라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처음으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떠오른 거예요. 갑자기 엄마 앞에서의 어린 내가 떠오른 게 너무 신기해요. 저는 분명 첫째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제니스님, 지금 말씀하시면서 ‘신기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시는 거 아세요? 신기하게만 생각하면 그저 스쳐 지나가고 흘러갈 것을, ‘감사하다’라는 말로 바꿔서 온전히 느끼고 내 것으로 잡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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