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안의 불안

가면을 벗기 시작한 날

by 제니스코치

그러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엄마들의 소모임 공지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좋은 엄마의 팁'을 책으로 내고 싶었다.

지난 10여년간 쓰다 만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기도 했다.

게다가 요즘은 사춘기가 찾아 온 첫째와의 따끈따끈한 에피소드까지 있는 엄마이니까 이번엔 정말이지 책이 완성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평소엔 없던 용기까지 만들어 그 자리에 나가게 되었다.


첫 모임에서 우리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의 소재를 들은 글쓰기 팀원들은 또 익숙한 반응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머, 정말 부러워요. 저는 좋은 엄마가 진짜 아니거든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키우실 수 있어요? 책이 정말 궁금해요! 꼭 책 내주세요!”


글쓰기 모임의 두 번째 날이었다.
모임의 리더이자 심리상담가인 루시(우리는 서로 별칭을 불렀다)님은 우리 마음 안에 진실로 담겨 있는 이야기를 꺼내 솔직한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다.

“그동안 글이 잘 써지지 않고, 반응이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이제는 정말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진짜 이야기, 독자가 나에게 듣고 싶어 할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루시님은 심리상담가들이 사용하는 감정카드를 꺼내 우리 앞에 쭉 나열했다.
“이 카드 중에서 지금 자신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보세요.”

열몇 가지의 감정들이 한글로 적힌 카드가 보였다.
나는 무기력하지도, 후회를 하거나 수치심이 있는 엄마도 아니었다.
굳이 고르라면 요즘 힘들어하는 첫째를 걱정하며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내가 고른 카드는 ‘불안’이었다.


“왜 불안을 고르셨어요?”
“요즘 첫째가 전학 온 학교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해서요. 그래서 제가 더 애쓰고 있거든요. 첫째가 힘든 걸 보면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하니까요. 아침마다 머리 말려주고, 양말까지 신겨주고, 아주 상전을 모시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잘해주고 받아주면 곧 돌아오겠죠.”


나는 카드를 고른 이유에서도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사랑이 가득한 좋은 엄마인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카드를 뒤집어 그림을 보세요. 어떤 기분이 드세요?”
‘불안’이라는 카드를 뒤집어 본 그림에는 울고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희미한 미소를 띠며 울고 있는 그 사람의 손에는 여러 개의 표정이 그려진 가면들이 들려 있었다.
“제가 우는 만큼 우리 첫째가 웃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내가 노력하면 첫째가 좋아질 것 같은...”
“정말 그렇게 느껴지세요? 이 사람이 제니스님일까요? 가면의 표정은 첫째처럼 보이세요?”
“아니, 누가 저인지 모르겠어요. 가면의 표정이 저 같기도 하고... 그냥 잘 모르겠어요.”

나는 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나에게 질문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틀린 답을 말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뭐라고 핀잔을 준 것도 아닌데, 뭔가 너무 부끄러웠고, 속마음이 들킨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루시님은 다른 말 없이 말했다.
“첫째의 감정은 엄마의 것이 아니에요. 제니스님은 제니스님이고, 첫째는 첫째예요. 그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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