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사랑에서 나를 구하다
“제가 책 한 권 소개해드려도 될까요?”
집에 가려고 가방을 챙기던 나에게 단골 카페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책이요? 너무 좋죠!”
“어... 이 책이에요.”
사장님은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제목을 말했다.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 엔절린 밀러.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사장님, 혹시 제가 요즘에 글쓰기 모임에 나간다고 말씀드린 적 있나요?”
“글이요? 아니요!”
“요즘 제가 완전 이 주제에 빠져 있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어요. 좋은 엄마인 줄 알고 15년을요. 이런 얘기... 저희 나눈 적 진짜 없었나요?”
“아뇨, 전혀요~”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걸 간신히 참았다.
사장님이 그런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어머, 너무 놀라워요. 저 지금 소름이 돋아요. 어제 60 넘으신 단골손님이 저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너무 좋다고, 젊은 엄마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생님 얼굴이 딱 떠올랐어요. 그냥 저도 모르게 갑자기요.”
나는 그 길로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빌렸다.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었다.
온몸에 전율이 일 만큼 충격적이었고, 또 슬펐고, 모든 것이 이해되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에서는 ‘조장자’와 ‘의존자’의 관계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 사이의 지나친 정서적 집착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히 지혜롭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조장자가 되어 남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있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대신 떠맡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고 했다.
그건 바로 나였다.
내가 자라면서 생긴 칭찬과 인정의 결핍을 ‘좋은 엄마’라는 타이틀로 딸에게로부터 채우고 싶었다.
사랑을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사랑을 통해 내 아이에게 내 존재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좋은 엄마’로 인정받는 일은 나의 안전이자 존재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