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고였다는 뜻
회사 생활 고인물의 특징을 그려보았다.
예전 회사에서 출산 휴가를 가게 된 과장님의 일을 인수인계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쉽게 ‘이거는 이렇게 하면 되고’, ‘요거는 그냥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고’,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고’ 하고 얘기해 주셔서
아직 일에 대한 감이 없던 나는 과장님이 쉽게 말씀하시니 ‘오,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 했다.
그런데 막상 과장님의 일을 해보니 ‘그냥 이렇게’ 할 수가 없었다.
다른 부서에 확인도 해야 하고, 서버 개발자들과 규격과 설계 협의도 해야 하고, 디자이너와 프론트 개발자들과 동선 논의도 해야 했다.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했던 일은 도대체 팀장님이 뭘 원하는지 요구사항에 대한 감을 잡기도 힘들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과장님이 말씀하신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남의 일이 쉬워 보이면 그만큼 상대방이 고인 거라던데.
과장님은 이미 고인물이셨기 때문에 모든 일이 쉬웠던 것이고, 나는 아니었다.
마치 이 만화의 표지처럼…!!
고인물 하면 또 생각나는 사건이 있다.
나의 절친, 경찰 친구 마늘이랑 운동을 같이 배웠던 적이 있다.
초심자인 나에게 마늘이는 나름 친절하게 동작도 알려주고 자세도 잡아주었는데 그녀의 생각만큼 내가 따라오지 못했다.
‘간단하게 이렇게 해봐’라고 했지만 도대체 뭐가 간단하다는 건지…?
마늘이는 쉽게 척척 해내는 동작을 나는 삐걱삐걱 내 몸인데도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날이 잘 싸우지 않는 우리가 처음으로 크게 다툰 날이었다.
마늘이는 내가 장난으로 못하는 척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 나는 진심으로 열심히 한 거였는데.. 쩝.
나는 운동이라고는 할 줄 몰랐고 마늘이는 유단자였기 때문에 상황이 달랐다.
마늘이는 이미 고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고인물들…!
이 고인물들은 이미 고였기 때문에 뭐가 쉬운 일이고 어려운 일인지 잘 가늠이 안 되는 듯하다.
고인물이 쉽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고인물들이 하는 말을 조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