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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Nov 24. 2024

잡초를 제거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

주말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우에는 한적한 카페를 찾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도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지만, 역시 남타커랄까.

남이 타주는 커피야말로 비로소 여유와 주말의 상징이 아닌가 싶다.


물론 주말이라고 해도 오후 시간이 되면 카페에 자리가 없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나 도넛과 커피(또는 차)를 마시는 게 내 요즘 루틴이다.

아이패드도 챙기도, 읽을 책도 챙기고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면 한적한 카페에서 한두 시간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게 아이패드에 휘적휘적 그림도 그리고, 글도 끄적여보고, 책도 읽다가 점심때가 되기 전에 집에 가는 코스.

그런데 이 날 따라 카페 앞이 소란스러웠다.

이렇게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경우는 잘 없는데. 뭐지?




잘 보니 길가의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이었다.

찻길로 풀이 튀지 않도록 가드도 치고,

잡초제거기로 길가에 길게 삐져나온 잡초들을 제거하는 모습.


보도 블록 사이의 잡초는 이렇게 제거되고 있었구나.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라 해당 무리가 지나갈 때까지 한참을 구경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나처럼 구경하는 사람이 많은지, 제거반분들은 작업복 위에 광고가 쓰여있는 앞치마(?) 같은 것도 차고 계셨다.


이런 곳에까지 광고를 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는 한편,

내가 다니던 길이 이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었구나 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잡초 제거반은 폭풍처럼 사라졌다.


시멘트 사이로도 삐죽 튀어나오는 잡초.

아무리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해도 이렇게 군데군데 잡초가 자라기 마련인데.

이렇게 주기적으로 관리되고 있었구나.

내가 살아가는 도시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도시다움을 유지하고 있었구나.


잡초를 제거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내 일이 떠올랐다.


지금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은 나에게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

큰 기획이나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오류로 틀어진 데이터를 바로잡는 일,

VOC를 보는 일,

다른 팀의 소소한 문의에 대한 답변을 해줘서 고맙다고,

작은 일도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곤 한다.


그냥 내 일이니까,

우리 도메인이니까,

다 같이 만들어내는 과정이니까 하는 일인데.


돌봐줘서 고맙다고,

함께 잡초를 제거해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고 해줘서 내가 더 고마운데.

왠지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잡초를 제거하는 내 덕분에 우리 프로덕트가 조금 더 깔끔해진 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안다.

잡초를 제거해서 이 길이 얼마나 쾌적해지는지.


해야 할 일을 해줘서,

잡초를 제거해 줘서,

길을 깨끗하게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타인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다짐해 본다.

내일도 열심히 잡초를 제거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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