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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Mar 02. 2024

세상에는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친구가 선물해 준 하루

"피넛아, 네가 꼭 가봤으면 하는 곳이 있어"

친구 '희'가 카톡을 보내왔다. 


"무슨 일이니?"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워킹 스페이스 같은 곳인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자들이 기획한 곳 이래. 네가 가면 얻을 게 많은 곳일 것 같아."

친절하게 대답하는 희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냐, 너!"


그제야 희는 "조용하고 이새기야ㅋㅋㅋㅋ 내가 가봤는데 좋더라고. 여기 영감 받기 좋은 곳 같아. 물고기가 크려면 좋은 물로 가야 된다는데 너 좀 가라고."라고 말했다. 

진흙탕에만 있지 말고 가끔은 이런 곳에도 가라며, 히스토리를 알고 가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조언해준 희는 그곳에 대한 블로그 글도 몇 개 보내주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유료로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영감의 원천지인 그곳의 이름은 바로, 데스커라운지였다. 





책상 브랜드로 알려진 데스커에서 '가치 있게 일하는 사람들의 연결고리'이라는 컨셉으로 유명 기획자들과 함께 손잡고 만든 공간이었다. 


데스커 라운지를 쉽게 말하면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인데, 직원분들이 공간에 대한 투어도 시켜주시고, 하루에 세 번 데스커라운지만의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곳곳에 일과 관련된 아이템과 도서들이 숨겨져 있어서 단순한 스터디 카페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워크 스페이스'라는 표현이 조금 더 적절한 것 같았다. 





널찍한 오픈 데스크와 개별 칸막이가 있는 모션데스크 좌석 중에 골라서 앉을 수 있었다. 

공간 전체에 다소 큰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음악 선곡이 다 잔잔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나는 적당한 백색 소음이 있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데스커 라운지 공간.

여기서는 커피와 음료, 간식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간식 종류로는 마들렌과 모닝빵, 너츠, 프레츨, 에너지바 같은 식사가 될만한 간식뿐만 아니라, 초콜릿과 쿠키, 캐러멜 같은 간식들이 있었다. 

자꾸 가져다 먹게 되는 훌륭한 퀄리티의 간식들!


11시, 2시, 5시에는 별도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그날 데스커라운지에 방문한 사람들이 이름을 적어두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희가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라고 말해주어서 나도 이름을 적어두었다가 참여해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랜덤 하게 모이는 것이다 보니,

데스커라운지의 직원분께서 호스트가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다. 

주제가 정해져 있는 데다,

직원분께서 참여자가 골고루 발언할 수 있게 진행해 주셔서 아주 원만하게 진행되었던 프로그램!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하루의 회고였는데,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이 공간을 찾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해서 취업 준비를 하는 분도 계셨고, 회사를 다니다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서 꾸려나가는 분도 계셨고, 회사 일을 하러 오신 분,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도 계셨다. 

서로 다른 직업과 고민을 갖고 있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같았다. 

다들 스스로의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영감을 받고 싶어서, 좋은 사람들로부터 기운을 받아가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공간 곳곳에 서랍마다 좋은 글귀와 아이템들이 숨어있어서 열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 간의 손 편지 공간도 재미있었는데,

후배가 질문하고,

선배가 답하는 형식이 흥미로웠다.

내가 고민하던 부분을 이미 고민해 봤던 사람들의 조언이라 더 와닿는 부분이 많은 편지들.

나도 몇 장 읽어보았는데 후배의 고민에도, 선배의 답변에도 공감 가는 내용들이 있었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글로 잘 녹여내는 것일까.






이 공간을 기획한 기획자들의 책상을 재현한 공간도 있었는데,

여긴 특별 예약이 필요한 공간이라 나는 이 공간을 예약한 분이 퇴근한 틈을 타 잠깐 안에 들어가 구경을 하기도 했다. 

데스커 라운지를 기획할 때 고민이 담겨있는 노트도 있고,

기획자가 즐겨 읽었던 책과 메모가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훑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한쪽 벽에는 이 공간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후기가 담긴 노트와 포스트잇이 붙어있어서 읽어보기도 했다. 


내가 이 공간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는 자신의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회사 일에 불평불만을 갖고 일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불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더 잘하고 싶어서',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사실 속으로는 이렇게나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데스커 라운지는 일하는 사람들의 잘하고 싶은 속마음을 드러내도 괜찮은 공간이었던 것 같다. 

친구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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